[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관(官)피아’로 불리는 정부부처 관료 출신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기지 못하면서 교수 출신들이 대거 이들 자리를 꿰 차고 있다. 이번에는 소위 ‘교(敎)피아’들이 득세하는 상황이다.
1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최근 임명되는 정부부처 산하기관, 공기업 등에 교수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다.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여의치 않자 결국 대학 출신 교수들이 정부부처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연구기관 수장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에는 박영범 이사장이 임명됐다. 박 이사장은 한성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도 교수 출신이 임명됐다. 이영순 전(前)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16일 안전보건공단 신임 이사장에 취임했다.
폴리텍대학 이사장 역시 교수 출신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출신 교수가 최종 임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동안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과 폴리텍대학은 줄곧 관료 출신이 임명돼 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에는 정기택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가 임명됐다.
교수 출신들이 정부부처 산하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고위 관료 출신들이 공기업 기관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현직 교수는 물론 정년 퇴임한 교수 출신 인사들마저 기관장 후보로 대거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교수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만, 실무경험이 풍부하지 못해 적임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수행하는 사업을 보조해 주는 공공기관의 경우 공무원들이 기존 업무의 연장 선상에서 일을 하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십개에 이르는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들이 관피아 지적 때문에 기관장 임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곳은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그냥 자리에 남아 있거나 공석인 경우도 있다. 관피아란 인사 논란이 지속되는 한 상당수 공기관들은 교수 출신 인사를 기관장으로 모셔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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