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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痛법 구하기’ 칼뺀 정부…“가격내려라” 공개협박
방통위 · 미래부, 이통사·단말기 제조사와 이례적 대책회의
단말기제조사엔 출고가 인하
이통사엔 통신요금인하 압박…규제완화 외치면서 관치반복

아이폰은 손도 못대면서…안에서만 큰소리 ‘방안퉁수’



민심의 저항이라는 높은 파도 앞에 좌초 위기에 빠진 ‘단통법’을 구하기 위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그들이 선택한 카드는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사용하겠다”는 공개 협박이었다.

그러면서도 ‘영업이익률이 40%’로 상징되는 말도 안되는 고가 정책을 고집하는 애플의 아이폰6 출고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들을 압박할 수 없다”며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방안퉁수(房中洞簫), 안방장군 그 자체였다.

16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단통법 관련 대책회의에서 미래부 최 장관은 “취지와 다르게 기업 이익만을 위해 단통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규택 KT 부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대표와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박종석 LG전자 MC 사업본부장 사장 등 제조사 대표들을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특단의 대책은 통신사에게는 ‘요금 인하’, 제조사에게는 ‘출고가 인하’였다.

미래부 최 장관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향해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있고, 또 제조사의 이익이 많다는 차가운 시선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에 대해 가진 ‘단통법을 좌초시키려는 나쁜 적’이라는 관료 특유의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단통법이 정부의 기대와 달리 거센 국민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 역시 ‘분리 공시’에 반대한 일부 제조사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그래도 표출했다. 미래부 장관은 모두발언부터, 또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내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말을 반복했다. 옆 자리에 앉은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제조사 역시 출고가가 높다는 지적을 알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통신사를 향해서도 강도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만든 단통법으로 통신사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의식한 듯 최 위원장은 “이통사가 소비자와 상인들의 부담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래부 장관 역시 “취지와 다륵게 기업 이익만을 위해 단통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인 경쟁과, 또 대통령과 부총리 등 정책 수장들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 완화’와 정 반대 길을 걷고 있는 단통법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단통법의 취지가 오해받는다면, 이를 살릴 수 있도록 이통사와 제조사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들과 이통사, 제조사 탓으로 돌렸다.

또 단말기 가격 인하와 관련, 미국과 일본 대비 더 높은 가격을 예고한 애플에 대해서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아이폰 가격은 애플과 이통사들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압박할 수도 없고, 그냥 가격대가 좋게 형성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은 국내 기업용일 뿐, 외국 기업은 예외라는 의미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간 기업 대표를 수행한 한 관계자는 “관치의 부활이 따로 없다”며 “대통령이나 부총리가 ‘규제 완화’를 외쳐도 여기서는 남의 이야기 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 같은 시장 관계자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조만간 각 제조사, 또 통신사별로 중장기 ‘요금인하’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통사나 제조사 모두 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음을 역설했지만, 별다른 반발은 없었다”고 이날 회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해석했다.

최정호ㆍ정찬수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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