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가로수길·코엑스로 대이동
고가시계·명품화장품 등 특화
제2롯데월드 개장 가속화 전망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가로수길은 안간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오간다고 한다. 강북의 홍대 거리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 젊음의 심장부 가로수길 마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에게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다.
강북으로 쏠렸던 요우커의 관광 지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축구장 48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초대형 글로벌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이 오픈하면서 이같은 변화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요우커들의 소비패턴이 강북은 소소한 생필품 위주로, 강남은 시계와 보석 등 값비싼 명품 소비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명동 일대에 집중됐던 요우커의 쇼핑 패턴이 홍대와 용산 등지로 확대된데 이어, 얼마전부터는 가로수길과 코엑스 등으로 이어지는 강남 일대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롯데월드몰의 오픈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강북을 찾는 요우커와 강남을 찾는 요우커는 확연히 다를 뿐 아니라, 쇼핑패턴도 크게 다르다”며 “최근 들어 강남 요우커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이들이 주로 쇼핑하는 품목도 시계와 보석 등 값비싼 명품이라는 점에서 에비뉴엘, 면세점, 가전매장 등 프리미엄 라인 중심의 롯데월드몰은 요우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는 이번 롯데월드몰 오픈을 준비하면서 브랜드 선정 단계에서부터 요우커를 제1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비뉴엘은 강남 요우커의 쇼핑 리스트 1순위에 오르고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해 예거르쿨트르, 까르띠에 등 시계와 보석 브랜드를 총집결시켰다.
롯데에 따르면 본점 에비뉴엘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경우 중국인 인기 베스트 라인인 패트리모디, 트레디셔널을 보강했으며,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에나멜 공예로 완성된 화려한 디자인의 시계들 중심으로 매장을 꾸몄다.
롯데면세점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화장품 전문존을 설치하고 요우커들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풀라인을 갖췄다. 게다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예비 신혼부부의 웨딩ㆍ혼수관광을 겨냥해 하이마트도 9000여 제품 중 30%를 고급라인으로, 20%를 최고급 라인으로 구성했으며, 롯데마트 역시 국내 마트로는 처음으로 홍삼과 김치 등 요우커들이 즐겨 찾는 식품 위주로 외국인 특화존을 설치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요우커들의 웨딩ㆍ혼수관광이 늘고 있지만 사실 혼수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전무했었다”며 “프리미엄 고가제품 비중을 높인 하이마트는 이들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와관련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들 브랜드의 라인업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모델들로 전면 배치했다”며 “소공동 본점의 경우 중국인들의 매출은 늘고 있지만 객단가는 반대로 낮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타워점이 중국인 명품쇼핑의 상당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애초 브랜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중국인을 겨냥했다”며 “면세점을 찾는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소공동 본점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의 최대 집객 장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도 현재 소공동 본점과 비슷한 20%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롯데면세점은 1년 이내에 매출 5000억원, 늦어도 2017년엔 1조원 시대를 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 역시 기존 잠실점의 경우 중국인 매출비중이 3%대로 서울역점(15%)에 크게 못미쳤으나, 이번 롯데월드몰 오픈으로 서울역까지도 제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석희·손미정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