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년초 ‘싱크탱크’ 출범…차기 당권 출마 공식화 예상
정세균·박지원 등 10여명 하마평
원외인사 정동영도 강한 의지…전대 주도권 ‘터 닦기’ 본격화
‘큰 판에 고기떼가 몰려든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차기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의 등판 여부다. ‘문(文)’이냐 ‘비문(非文)’이냐가 경쟁 구도다. 이르면 내년 초 문재인 의원 주도로 설립되는 ‘싱크탱크’ 출범식이 사실상 당권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의원측 관계자는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다만 시기 형식 내용에 무엇을 담을지는 미정이다”며 “대선 때 도움을 주셨던 원외 인사들과 꾸준하게 접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 싱크탱크 출범은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문 의원 스스로는 당대표 출마여부에 관해 확정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다만 최근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퇴 등 당 내홍을 거치면서 ‘당이 망하면 대권도 없다’는 주장이 그룹 내부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대표로 나섰다가 상처를 입게 될 경우 대권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반대 논리가 강했던 상황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구체화되지 않은 문 의원의 ‘싱크탱크’ 출범 계획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차기 당권을 두고 거론되는 이름들은 대략 10여명이나 된다. 당선권으로는 정세균, 박지원 의원 등이 있고, 이외에도 추미애, 김영환, 이인영, 전병헌, 조경태, 최재성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원외 인사로는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ㆍ김부겸 전 의원 등도 당권 도전에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례없이 많은 인사들이 차기 당권에 뜻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다수가 당권 의지를 보이는 것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권 탓이다. 직접 휘두를 수 있는 당대표의 공천권은 물론이고, ‘숟가락’이라도 걸쳐놔야 차기 공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 탓에, 3선 이상 중진들 다수가 ‘고기떼’처럼 당권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인 셈이다. 또 전대(2014년 2~3월) 이후 총선까지 큰 선거가 없는 탓에, 당 대표에서 중도 탈락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것이 차기 당대표 자리인 셈이다.
당내 각 의견그룹들의 관심사도 전당대회에 맞춰져 있다. 문 의원측과 성향이 비슷한 ‘더좋은 미래’는 자체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를 최근 출범시켰고, 중도 보수 성향의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과 정동영 상임고문이 주축이 된 ‘구당구국 모임’이 설립된 것도 차기 당권이 최대 관심사다. 민주평화국민연대측은 이인영 의원 출마를 고민 중이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 되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 의원을 향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정동영 고문은 최근 “특정계파(친노)의 패권주의가 정권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며 날을 세웠고,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이 당권 잡으면 분당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이 최근 ‘모바일 투표’에 대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한 것도 당권을 향한 일종의 ‘터 닦기 작업’으로 해석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