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선거 또는 ‘혁신 방안’을 꺼낼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계파주의 타파’다. ‘무계파’가 선거용으로, ‘탈계파’가 혁신구호로 외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때마다 유사 주장이 반복되는 이유는 ‘계파’의 의미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대다수 새정치연합의 ‘계파’는 반쪽이거나, 계파로 보기엔 결집도나 위상이 떨어진 상태다.
대표적인 새정치연합 내 친여 성향 의원인 조경태 의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조 의원은 자칭 ‘원조 친노’다. 과거 부산대에서 학생 운동을 하던 20대의 조 의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함께 정치를 해보자”고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 조 의원을 ‘친노’라고 보는 인사는 없다. 소위 ‘계파’란 시대마다 구분법이 변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의미의 계파는 계파의 수장이 있고, 통일된 의견이 있으며, 의견에 따른 행동과, 스타급 후보가 있는 의원들의 모임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 이같은 정의에 유사한 계파는 정세균계가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정세균계 의원들의 수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새정치연합의 대표적 계파로 통칭되는 ‘문재인계(친노)’도 사실은 여러 정파의 묶음이다. 학생운동권세력(486계)과 참여정부 인사, 당내 현안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수장은 문재인 의원이라 인정되지만, 2012년 대선 후 문 의원은 ‘친노계’ 의원들끼리의 모임를 극도로 꺼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 패권주의’ 비판이 워낙 거셌던 것이 원인이다.
손학규계는 사실상 와해 상태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선언 이후 일부 의원들은 평소 친소관계와 성향에 따라 흩어졌다. 손학규계였던 최원식 의원은 최근 중도보수 성향의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에 가세했다. 20여명 의원들이 회원으로 있는 민주평화국민연대도 김근태 상임고문의 사망 이후 뚜렷한 구심점을 잃은 상태다. 민평련은 스스로를 ‘계파가 아닌 정파’로 규정한다.
‘민집모’는 스스로도 성격 규정이 어렵다고 인정한다. 민집모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는 정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고 말했다. 균질성이 낮다는 의미다. 이들의 구심점은 ‘안티 친노’로 해석된다. ‘구당구국 모임’ 역시 비주류 전현직 의원들이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 하에서 ‘비대위원 추대’를 위해 일시 뭉친 모임이란 평가다. 계파로 보기엔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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