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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치워야 말아야… 국회 농성장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회 본청 정문앞에는 지난 7월부터 세월호 유족들이 자고 먹는 공간이 된 농성장이 있다. 이곳 농성장엔 여름 동안에는 모기장이 설치됐고, 가을이 훌쩍 다가온 10월초엔 선풍기형 전기 난로가 설치됐다. 계절의 변화다.

그 사이 국회 상황도 완전히 달라졌다. 7월 30일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은 참패했다. 집권 여당과 정부 책임론은 사라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당대표들이 물러나는 사태도 겪었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세월호 특별법 밀고 당기기 과정에선 야당의 전략 부재가 쓰라렸다. 고비고비마다 당 내 존재하는 여러 다른 목소리가 지도부를 흔들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절대 양보 불가 입장을 초지일관 견지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과 문재인 의원의 동조 단식, 그리고 지난달 30일의 극적 최종안 합의까지. 세월호 유족들은 농성장을 지키며 관련 사안의 진행 상황들을 지켜봤다.

국회 사무처는 고민에 빠졌다. 더이상 농성장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그래도 유족들의 자진 철거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여론 사이에서다. 세월호 특별법 최종 합의안이 나온 직후인 지난달 30일 저녁 국회 사무처는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화 의장은 “국회 질서가 정상저긍로 회복될 수 있도록 유가족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자진 철수가 맞느냐, 협조라는 이름으로 농성장을 없애느냐가 맞느냐에 대해선 판단이 쉽지 않다. 강제로 농성장을 철거할 경우 자식 잃은 아픔을 겪은 유족들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수도 있지만, 또다른 한켠에선 정 의장의 말처럼 국회 질서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뜰에 설치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져있는 수백여개의 종이배는 색이 바래 모두 하얘졌다. 잔디밭에 꽂혀 지난 4개월여동안 바람 따라 불었던 노랑 바람개비는 10월에도 돈다. 잔디밭에 설치된 조형물 탓에 한 여름 동안 깎지 못했던 잔디가 걸을 때마다 신발을 덮는다. 시인 한용운은 ‘님의 침묵’ 말미에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고 썼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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