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외모 지상주의’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야권 인사 ‘원톱’은 단연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소설 삼국지 연의에 등장하는 장비 같은 문 위원장의 외모는 그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좀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라 생각하게 만들기 쉽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존경받는 지도자. 평소 존경하던 분”이라 추켜 세운 것도 ‘입치레’만은 아니다.
그랬던 문 위원장이 크게 힘을 한번 썼다. 장비의 용틀임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150여일간을 끌어오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 갈등을 마무리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야당 축으로 역할했다. 내용에 있어선 ‘뒷말’도 있지만, 국회 정상화에 있어 그의 역할이 컸던 것만은 분명하다.
30일 오후 의원총회 직후 그는 “내 일생의 가장 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자칭타칭 ‘의회주의자’인 문 위원장은 의총 전부터 ‘등원 필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싸움도 타협도 모두 국회 내에서 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조였기 때문이다.
그는 의총장에서도 등원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만 있겠냐”, “이건 아니지 않냐”, “최악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고 일갈했다. ‘개작두’를 언급하던 서슬퍼런 문 위원장의 입에서 쏟아진 강성 발언에 당내 강경파 의원들도 기가 눌렸다. 번번이 거부되던 ‘30일 합의안’이 의총에서 추인된 것을 보면 그렇다.
강하되 부러지지 않는 ‘유연성’도 그는 겸비했다. ‘유족 동의 필수’를 강조하던 문재인 의원 등 당내 강경파 인사들을 물밑에서 조율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설득과 회유, 읍소를 통해서다. 문 의원이 의총 직후 “유가족들이 합의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도 문 위원장의 당내 소통 결과란 분석이다. 문 위원장은 “전원이 만족하는 안을 못 만들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협상 상대가 있는 ‘정치 사안’이란 점에서 결단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의 얼굴에 ‘친노 딱지’를 붙인 비노계의 반발 탓에 당 내부에서도, 담뱃세 등 각종 서민증세 방안을 줄줄이 발표한 정부ㆍ여당 탓에 당 밖에서도, 그는 공격 타깃이 되기 좋은 자리에 있다. 그가 가장 즐기는 ‘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이 올해말 정기국회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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