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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준 선임기자의 서울이야기] 다문화의 새로운 길...서울에서 창업한 외국인들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멕시코 출신의 하비 말도나두(29)는 5년 전 인도를 여행하다 한 한국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 그들은 멕시코로 건너가 결혼을 했고, 하비의 아내는 그곳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하비는 한국여성과의 사랑에만 빠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양성과 역동성이 살아숨쉬는 한국문화와 사회와의 사랑에 빠졌고, 결국 1년 전 한국으로 왔다.

서울 서대문구 홍대입구에서 문화활동을 하던 하비는 최근 ‘커넥팅 코리아(Connecting Korea)’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기업의 모토는 한국과 스페인어권 국가의 ‘가교(bridge)’다. 스페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학습교재를 출판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통역 및 번역서비스,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남미 정보와 상품, 기업정보 제공 등 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남미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해 스페인어권 시장은 아주 넓습니다. 우리는 한국과 스페인어권의 무역과 교류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어요. 남미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사업도 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서울에서 창업해 사업을 펼치는 외국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외국인주민 창업기업 비즈페어’가 최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서울드림(Seoul Dream)’을 꿈꾸는 외국인들로, 이 비즈페어에는 벨기에, 덴마크, 우즈베키스탄, 캐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업자들이 참가했다. 모두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프랑스 출신의 유네스 메자쉬(30)는 프랑스 와인업체의 아시아지역 매니저로 한국에 파견돼 일을 하다 독립한 케이스다. 한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하는 유네스는 한국시장의 성장성과 한국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올해 초 서울와인&스피리츠(Seoul Wines & Spirits)라는 회사를 세웠다. 프랑스 와인을 수입해 호텔과 기업에 공급하며, 올 가을에는 이태원에 와인바도 세울 계획이다.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고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느긋합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나, 사업 관련 규정이 자주 바뀌어 어려움이 있지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한국사람들도 외국인에게 아주 친절해서 저는 ‘좋은’ 차별을 받고 있어요. 하하하.”

러시아 출신 공학박사 아르템 렌스키는 한국기술교육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다 교육용 로봇플랫폼과 스마트폰용 건강케어 앱을 개발해 창업한 경우다. 그의 건강케어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기자의 생체나이가 화면에 떴다.

“한국은 첨단기술에서 매우 앞서 있는 나라로 기술개발이나 사업환경이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이 제품을 설명하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인 동료에게 제품을 설명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한국인이 사업하기 좋으면 외국인에게도 좋다”=서울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약 41만명에 달하며, 사업 또는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포함하면 외국인 유동인구는 6~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었다. 서울이 국제적인 대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이에 힘입어 서울에서 창업해 사업하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글로벌센터에선 외국인들의 창업과 관련한 기본정보에서부터 법률, 세무 등에 대한 전문상담까지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4회에 걸쳐 외국인 창업대학을 열고, 세미나, 타운미팅은 물론 이번 행사와 같은 비즈페어를 열어 창업을 지원한다.


글로벌센터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글로벌센터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외국인이 150명 정도 된다”며 “한국을 여행하거나 경험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아예 한국에서 창업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의 영역도 무역이나 컨설팅, 음식점 등은 물론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에 대한 비자 규정이 완화되면서 기술창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창업의 활성화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노동자 중심으로 진행됐던 한국의 다문화 풍속도를 바꿀 전망이다. 서울을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창업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선 한국인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좋은 사업환경은 외국인에게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외국인주민 창업자 비즈페어가 작은 행사였지만, 의미있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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