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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한석희> ‘마이크로 브랜드’ 시대라고?
늘어나는 새치에 염색을 하냐마냐를 고민하고, 벗겨지는 머리에 애간장 타는 40~50대 아저씨들이 모이면 으례 ‘과거’가 술 안주로 오르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그랬니 저랬니’ 그런 시시콜콜한 애기에 열을 올린다. ‘새우깡에 깡소주’ 먹던 애기도 빠지지 않는다. 친구 서넛이 모여 초코파이 하나로 생일을 자축하던(?) 애기도 있다. 간혹 프로야구도 감칠 맛을 주며 술자리의 하이라이트가 되곤한다.
얼마전 우스개 소리(?)로 알게된 애기지만 여기엔 묘하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식품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초코파이, 새우깡, 투게더 등등... 국내 장수 브랜드를 손에 꼽을라치면 대부분이 식품회사 브랜드들이다.

불과 20여년전 프로야구 구단을 가장 많이 운영했던 업계가 어딘가. 바로 식품회사다. 지금은 두산으로 옷을 갈아 입었지만 OB베어스에서부터 빙그레, 청보, 해태 등등 따져보니 5개 기업이 프로야구 구단을 품에 안고 있었다. 당시 프로야구 구단을 하나 운영하려면 일년에 족히 10억원 가량은 들었다고 한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억원의 돈을 프로야구 구단 운영에 펑펑 쓸 정도로 잘 나갔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묘하게도 모두 망해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살아 남았더라도 앞날 걱정에 태산인 기업들도 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이에대해 “이제 옛날처럼 메가브랜드가 나오기는 힘들어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푸념을 한다. 그러면서 빠지지 않는 말이 하나 더 있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돈을 써서 마케팅도 할 수 없어요. 경기도 안좋고 그러니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점점 악순환이죠”

그의 푸념대로 새로운 ‘메가 브랜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식품회사가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백여개가 넘는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메가 브랜드다”고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게 변변치 않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초코파이, 새우깡 등등이 아니겠나. 하지만 이마저도 매출이 떨어지고, 점유율 하락에 허덕이기는 매 한가지다.

이유야 분분하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하루에도 수십번 변해서일 수도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로 옮아간 것도 맞다. 경쟁상대도 많아졌다. 이제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외제’와 자웅을 겨뤄야 한다. 보수적인 식품업체들의 문화도 한 몫 했을 수 있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면 모두 맞지만 모두 틀린 애기다. 지금 소비자들이 국내 과자하면 먼저 ‘질소과자’를 떠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매출 1조 클럽’ 식품기업의 R&D 투자는 1%에도 못미친다. 국내 식품기업 14곳 중 R&D에 1% 이상 쓴 곳은 고작 세곳뿐이다. 이게 현실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까지 리스크 부담이 커서? 영업이익률이 고작해야 5% 안팎에 그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어서?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악순환을 부르는 핑계일 수 뿐이 없다. 지금은 코흘리개 애들한테 껌 하나 팔아 먹는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마이크로 브랜드’ 시대라고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식 ‘마이크로 브랜드’로만은 10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악순환만 걱정하면 해외 수입품에, 그리고 거대 유통업체들의 PB 상품에 추월당하고, 소비자들로부터는 영원히 ‘질소과자’ 라는 비아냥만 들어야 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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