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 불안 탓으로 지난달 영국에서 약 270억 달러(28조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의 독립 견제 압박도 이어져 독일 도이체방크는 13일(이하 현지시간) 스코틀랜드가 영국 이탈을 표결하면 윈스턴 처칠이 1925년 파운드화의 금본위제 복귀를 결정한 데 버금가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경고했다.
이 와중에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오는 20∼21일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동 참석을 13일 전격 취소했다.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의 마크 카니 총재도 G20 회동에 참석은 하지만 조기 귀국할 것이라고 BOE가 13일 발표했다.
더 타임스와 로이터는 영국 금융 컨설팅 기관 크로스보더 캐피털 분석을 인용, 영국 금융시장에서 지난달 모두 270억 달러 가량이 이탈했으며 이는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붕괴 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다비드 폴커츠 란다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 공개한 고객 보고서에서 “스코틀랜드가 영국 이탈을 표결하면 처칠의 금본위제 복귀에 버금가는 치명적인 정책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융 위기 이후 엄청난 자금을 풀었음에도 미국이 대(大) 침체(great depression)에 빠진 점도 상기시켰다.
로이터에 의하면 스위스 은행 UBS는 보고서에서 “독립 스코틀랜드에서 은행의 절반가량이 빠져나감으로써 일시적으로 성장이 연간 4∼5% 위축되는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스코틀랜드의 영국 이탈이 “큰 실수”라면서 “엄청난 대가가 따를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런 잇단 견제 경고는 투표를 목전에 둔 여론 조사 결과가 ‘독립 반대’가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박빙 차로 나온 것과 때를 같이한다.
로이터는 13일 4개 최신 여론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이 가운데 3개 조사에서 독립 반대가 찬성을 최소 2%포인트에서, 많게는 8%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ICM 조사에서는 독립 찬성이 54%로, 반대(46%)에 앞선 것으로 나왔다.
더 타임스도 13일 독립 반대가 51%로 찬성에 2%포인트 앞선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으나 부동표가 무려 17%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코틀랜드 지도부는 영국의 ‘겁주기’ 캠페인에 강한 역공을 가했다.
분리 독립운동을 이끄는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와 짐 실라스 전 SNP 부당수는 13일 독립 지지 집회에 참석해 ‘영국의 거짓말에 속지 마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라스는 영국 석유회사 BP와 로이드 및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 대형 은행들이 독립을 경고하는 데 대해 “BP의 부자 경영진이 애국이 뭔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대형 금융사가 엄청난 수익과 왈츠를 추며 흥청망청 도박하던 시대도 끝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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