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6월 지방선거 전 광주를 방문했다가 ‘계란 봉변’을 당했던 소감에 대해 “압축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17일 한 특강에선 “두 달 동안 큰일만 7번 있었다”며 당대표를 맡은 지난 두 달 반의 소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안 대표의 행보를 보면, 그의 압축 경험이 압축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선 발표가 있은 직후 “내 귀를 의심했다. 비판 아닌 모욕을 하는 사람”이라 주변에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강도도 김한길 대표 보다 셌다. 문 후보자 인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건전한 비판과 모욕, 조롱은 구분돼야 한다”고 비판했고, ‘식민지배 하나님의 뜻’ 논란 직후인 지난 12일에는 “문 후보의 입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아베 총리의 수첩인사”라고 문 후보자 임명을 비판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내는 것을 보류한 지난 18일에는 문 후보자 외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등으로 타깃을 옮겼다. 문 후보자 낙마가 기정 사실로 굳어지자, 야당의 ‘낙마 목표’ 범위를 넓히면서 야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
안 대표가 문 후보자 비판에 여느때보다 높은 수위의 비판 발언을 꺼낸 것은 문 후보자 지명이 ‘좌우 이념논쟁’을 넘어선 ‘국가와 민족’의 보편적 가치와 상충하기 때문이란 평가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가 필요없다’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국민 대다수로부터 공감받기 어려운 사안인만큼, 안 대표의 비난 수위도 어느때보다 높았다는 평가다. 안 대표는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후보자를 광주 시장에 당선시켰고, 이후에는 언론과의 접촉점도 넓히고 있다.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 지 1년2개월, 당대표가 된지 두달반만에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압축성장을 해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제1 야당의 당대표에게 시험은 계속된다. 오는 7월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의 남자’들을 원내에 무난히 입성시켜야 할 과제를 안은 것이다. 당내 반발을 무마하고, ‘새정치’의 가치와 ‘당선 가능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절묘한 정치적 균형감도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 사람을 만들고, 당내 정치에 능해야 한다. 코앞 과제는 보궐선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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