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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기자의 만화 독후감> 하고픈 일을 하나요,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요? ‘소라의 날개’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만화를 좋아하시나요? 만화는 추억이자 꿈입니다. 만화만큼 남녀노소 사랑받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요? 슬램덩크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고, 둘리와 함께 꿈을 키웠죠. 코난의 비상한 머리에 감탄하고, 풀하우스의 알콩달콩 사랑얘기에 가슴이 찌릿했던 기억들. 돌이켜보면 만화는 우리에게 책과 영화에선 접할 수 없었던 소중한 추억, 지식, 감성을 선물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공유하는 건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특권이자 즐거움입니다. 그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잔혹한 선택 중 하나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해야 하는 일’까지 고려할 여유도 없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터이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싫기’까지 한 사람일 터. 우리는 그 사이에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다. 대체로 ‘할 수 있는 일’과 ‘하기 싫은 일’의 교집합쯤 될까. 


하고 싶은 일이 꿈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은 능력일 것이다. 꿈으로 가득했던 나이가, 능력과 한계와 만나면서 점차 꿈 대신 능력을 우선시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면서 갈수록 ‘해야 하는 일’(의무)까지 더하게 되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대체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를 지닌다.

만화 ‘소라의 날개’의 주인공 소라는 고등학생이다. 역시나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이. 그런데 소라는 ‘하고 싶은 일’이 벌써부터 ‘할 수 있는 일’에 부딪혔다. 149.22cm의 키로 농구선수를 꿈꾸게 된 소라. 이 만화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그의 힘겨운 도전을 그렸다. 


만화는 상당히 감동적이다. 농구부가 유명무실한 쿠즈류 고교에 들어간 소라는 망나니처럼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힘을 합쳐 농구부를 만든다. 소라는 부족한 키를 극복하고자 3점슛을 남들보다 수십배, 수백배 연습한다. 치아키, 모모하루, 시게요시, 나츠메 등 그의 동료는 모두 하나씩 부족했던 이들. 모두 농구를 하고 싶어하지만, 할 수 없는 이유를 하나씩 안고 있던 인생의 ‘절름발이’이다. 그중에서도 소라는 특히나. 키 작은 농구 선수는 불가능하다는 세상의 편견과 본인 스스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그래서일까, ‘소라의 날개’의 주인공들은 유난히 패배가 많다. 일반적인 만화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하는 공식은, 이 만화 속 대부분 승부에선 어긋나버린다. 질듯 질듯하다가 결국 진다. 그래서 조금 더 현실에 가깝다.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건 그만큼 가혹한 일이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몇 년 뒤 어느 길목에서 반드시 떠올릴 것이다. 이 순간이 인생의 기로라 불릴만한 순간이었다고. 그리고 그때 싹트는 감정은 ‘후회’라는 두 글자.”


스포츠 만화에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이 같은 암울한(?) 대사도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키 작은 소라가 농구선수를 꿈꾸는 건,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러니 만화에서도 이 정도 시련은 불가피하다.

작가인 히나타 타케시는 2004년부터 소라의 날개를 연재했다. 슬램덩크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작가 역시 작품 내에서 ‘슬램덩크를 통해 농구 꿈을 키웠다’는 대사를 넣을 만큼 슬램덩크는 사실 농구 만화의 ‘넘사벽’과 같은 존재.


슬램덩크를 재밌게 읽었다면, 유치한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만화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할 수 없을 것이라 시작에서부터 포기해버린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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