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제품보다 배 비싼 딸기잼
현장 제작 판매에 북적북적
현대백화점 ‘크레센도’ 매장
100㎖ 소용량 고객이 대부분
한번 개봉땐 맛 변질 우려
‘작은 사치’ 의 불편함도 감수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맞은편에 마련된 ‘딸기페스티벌’ 행사장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식품 코너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딸기잼을 구입하기 위한 줄이다.
500g에 1만2000원이었으니 긴 줄을 서서까지 살 정도로 아주 싼가격도 아니다. ‘복음자리 딸기잼’의 경우 500g 기준으로 6250원에 팔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배가량 비싼 셈이다. 하지만 오로지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판다는 점 때문에 긴 줄을 서는 불편함도 감수한 것이다.
이날까지 일주일간 열린 ‘딸기페스티벌’에선 일반 딸기잼과 달리 보존재와 색소ㆍ첨가물 등이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설탕과 딸기, 소량의 레몬만을 재료로 사용, 즉석에서 네 시간 가열 후 제조하고 포장해 판매했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맛과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소용량 상품이 오일ㆍ식초ㆍ양념ㆍ잼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커피도 소용량 추세에서 비켜나지 않는다. 한 번 개봉되면 맛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번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맛과 건강을 위해서라면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불편함까지 감내하는 ‘작은 사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선 프리미엄 오일 11종을 비롯해 식초ㆍ천연양념 등 총 40여종을 판매하는 독일 프리미엄 천연식품 브랜드 ‘크레센도’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이 매장에선 오일과 식초를 비롯해 후추ㆍ소금ㆍ커리 등 양념을 미리 맛보고 원하는 만큼만 구입할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오일 같은 경우는 한 번 뚜껑을 열면 맛이 변해 100㎖ 소용량을 원하는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용량은 절반, 가격은 일반 제품의 배 이상 비싸지만 고객들은 여러 번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맛과 건강을 위해 ‘작은 사치’ 를 누린다. |
롯데백화점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의 경우 기존 주력 스펙인 1000㎖ 상품을 축소시킨 200㎖ 상품을 출시해 본점 등 9개 점에서 운영 중이며, 지난 2월엔 ‘시리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200㎖(1만원) 소용량 상품으로 팔아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에도 예전에 1ℓ 용량이 매출이 높았던 데 반해 최근엔 250㎖ 적은 용량의 상품이 더 팔리고 있다. 실제 ‘리오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오일’(250㎖)은 1ℓ에 비해 7배, ‘델파파 포도씨유’(500㎖) 매출이 1ℓ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다.
잼도 기존 500g, 750g 규격에서 200g 내외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1주일 또는 2주일에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소용량 잼을 ‘복음자리’와 공동으로 기획 개발했다. 그 덕에 월평균 600만원 수준이던 매출도 1000만원대로 크게 늘었다. 요즘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 ‘샹달프’와 ‘본마망’도 각각 284g, 370g 소용량인 데 반해 다른 제품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g당 가격이 각각 31.7원, 24.3원으로, 국내 소용량 잼이 보통 g당 16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 30%가량 비싼데도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과일 함량이 높고 무설탕이며 소용량인 딸기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라베스’와 ‘알랭밀리아’ 상품은 딸기 함량이 각 65%, 55%로, 보통 딸기잼(40~50%)보다 높을 뿐 아니라 용량도 각각 255g, 230g으로 적다. 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1만9000원, 1만8000원으로 다른 제품보다 배가량 높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더 많다.
김유승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공산품바이어는 “불황기 식품관을 이용하는 미식가 고객들은 많이 사서 오래 보관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자주 사가는 성향이 강하다”며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사갈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백화점 식품 매장에선 갈수록 ‘소포장’이 주력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10여개 브랜드 50여개 상품에 그치고 있는 소용량 전용 상품을 향후에는 20%가량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