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정부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한 제조업체의 자발적 제품수거(리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다만 소비자 안전이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사업자의 리콜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자동차, 의약품, 선박 등 개별 법령의 규제를 받는 품목을 빼고 공산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업자의 자발적 리콜 기준이 ‘중대한 결함’에서 ‘결함으로 인한 중대한 사고’로 바뀐다는 것.
현재까지는 제품 사용 과정에서 사망사고 또는 진단 4주 이상의 부상, 화재가 발생했거나 이런 피해가 우려되는 결함이 있으면 해당 업체는 관계부처에 즉각 신고하고 제품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제 결함으로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리콜하면 된다.
대신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거나 안전 요건을 위반한 제품, 결함이 발견된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업체가 48시간 안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정부가 제조업체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조사를 벌여 리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고 없이 중대한 결함만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사례가 없고 이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대신 결함에 관계없이 중대한 사고가 나면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제품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또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제품안전심의회를 구성해 위해제품 판정 및 수거 명령을 할 수 있게 했다. 현행 자문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나 기관 등이 보유한 제품 안전이나 사고정보를 산업부가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위해제품의 유통 방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제품 안전성 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들어갔다.
한편 지난해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리콜 조치는 203건이며 업체의 자발적 리콜은 8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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