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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추억 담았던 앨범…이젠 추억의 뒤안길로?
대형쇼핑몰 매출로 본 10년 前과 後
비누 · 교자상 · 액자 · 앨범…
디지털 발달 · 주거환경 변화 영향
10년전보다 수요 최고 80% 감소

비누 빈자리 클렌저 제품으로
알람시계는 스마트폰으로 대체

사라질 것만 같았던 세숫대야
10년전보다 매출 50% 더 늘어


#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65년. 신세계는 ‘월동 서비스 사은 대특매’ 행사 당시 500원 매상마다 ‘저’를 사은품으로 증정했습니다. 당시 방직공장 여공들의 평균 월급이 3440원 하던 시절이니 제 몸값은 어림짐작할 수 있겠죠. 직설적으로 연탄은 10장에 76원이었지만, 저는 하나(375g 기준)에 38원이나 했으니 말예요. 제 이름은 이후 1970년대 말까지도 계속해서 사은품 단골 목록에 올랐습니다.

이것뿐인가요? 1973년 신세계의 272개 추석선물 목록에도 제 이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게는 화려한 시절이었죠. ‘교자상’이라는 친구와 함께 대표 선물 선수로 뽑혀 광고 전단에도 실렸을 정도니까요. 물론 지금은 볼품없어진 ‘교자상’ 친구는 당시만 해도 저보다 몇 곱절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말이죠. 그 친구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백화점에서 15만원 이상 물건을 사야 주는, 귀한 사은품 대접을 받았었죠. 제 이름은 ‘비누’입니다.


과거 한국인의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던 일상생활용품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사은품 혹은 명절선물 목록에도 올랐던 비누와 교자상은 점차 ‘가정필수품’에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품목’으로 밀려나고 있다.

쏟아지는 아침잠에 날마다 허덕이던 이들을 힘차게 깨워주던 ‘알람시계’도, 한가족의 성장사를 보여주던 ‘앨범’도,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을 밝혀주던 ‘환형 형광등’도 우리의 주변에서 밀려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가 롯데마트에 의뢰해 주요 생활용품의 지난 10년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과거 필수품으로 인식됐던 일상생활용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기기의 발달, 주거 환경의 변화, 높아진 생활수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일상생활용품에도 손바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2004년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앨범 매출 대비율은 15.4%에 그쳤으며, 액자 역시 28.9%에 불과했다. 필름카메라가 대세일 당시만 해도 정성스럽게 인화해서 액자나 앨범에 꽂아두던 것이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10년 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알람시계도 세월의 변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알람시계 기능까지 겸하면서 알람시계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주거 형태의 변화와 에너지 절약형 고효율 가전기기의 등장(삼파장 램프, LED 전구 등)으로 환형 형광등은 이제는 추억의 상품이 된 지 오래다. 좌식문화에서 서구식 입식문화의 변화로 좌식문화를 대표하는 교자상 매출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제는 찾는 고객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위생용품의 절대적 비중(40%)을 차지하던 비누 매출 역시 해마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핸드클렌저’ ‘페이셜클렌저’ 등 다양한 대체상품이 등장한 데다 용도에 따라 폼이나 젤, 로션 타입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비누 시장 자체가 아예 없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정재우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마트에서 일반 생필품의 매출 변화는 현재 생활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며 “마트에서 음반 매장이 점점 축소되고 사라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용도를 변경하면서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생활용품도 눈에 띈다. 세숫대야가 대표적이다. 유럽식 욕실문화의 보급으로 입식 세면대가 대중화되면서 세숫대야는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10년 전에 비해 매출이 오히려 50%가량 늘었다.

비데 등 욕실 위생용품의 보급과 렌털 등으로 2006~2008년 사이 주춤했던 ‘변기커버’도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전세 세입자와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자기 집이 아니라는 생각에 변기를 통째로 바꾸기보다는 1만~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욕실 분위기도 바꾸면서 개인위생도 챙기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정윤미 롯데마트 청소욕실MD(상품기획자)는 “대형 마트에서 사라지는 많은 생필품 중에는 세숫대야같이 그 용도를 바꿔가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며 “과거 스테인리스나 화이트 색상 계열의 단색 세숫대야에서 최근엔 다양한 컬러와 캐릭터가 적용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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