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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기사에서 사장 이름 빼달라” 는 코레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4일 저녁 퇴근 길 지하철에서 오랜만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장진복 대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요구부터 하더군요. “기사에서 최연혜 사장 이름 빼주세요. 오보입니다.”

좀 당황했습니다. 장 대변인이 언급한 건 그날 오후 4시께 인터넷 속보용으로 올린 ‘인천공항 정창수 사장 중도사퇴 논란’이란 원고지 3매 정도의 짧은 기사였습니다. 기사는 정창수 사장이 인천공항공사 취임 9개월 만에 강원도 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란 문병호 민주당 국회의원(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주장을 소개한 겁니다. 문 의원은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인 최연혜 사장 등도 주목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 기사에서 언급된 최 사장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최 사장이 정창수 사장과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소개한 건데 오보라고 볼 수 없고, 굳이 최 사장 이름을 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변인은 “최 사장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그렇기 때문에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납득이 안됐습니다. 정창수 사장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임기를 채우려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누구든 당장은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 사장도 불과 9개월만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최 사장 마음이라고 한결같을 것이라고 지금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최 사장은 불과 한 달 반 전인 지난 1월 중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찾아가 지역구 당협위원장 인사청탁을 했다는 논란을 야기한 인물입니다. 출마에 관심이 있었던 인물에 대해 중도 퇴임 후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건 누구나 예상할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코레일 입장에서 듣기 싫은 주장을 담은 기사를 많이 써왔습니다. ‘코레일의 부채감축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 ‘코레일이 조단위 소송 전을 시작하면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같은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같이 코레일의 재무상황이나 회사 경영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 담긴 기사를 썼을 때 코레일측에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 사장의 이름이 단 한줄 거론되자 대변인이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장 대변인은 결국 결론을 내더군요.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습니다. 통화에 걸린 시간은 단 1분1초였습니다. 씁쓸하더군요. 코레일은 도대체 언론을 뭘로 생각하는 걸까요? 언론이 자기 회사 사장에 대해선 조심스러워 하며 의혹조차 보도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한편으로 ‘원고지 3매 짜리 인터넷용 기사를 가지고 왜 저리 호들갑을 떠는 걸까 갑자기 더 궁금해졌습니다.  진짜 출마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진짜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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