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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우리 혜성 이야기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혜성이 나타나자 사면령을 내렸다(彗星見, 赦).”(고려사 성종 8년 9월 갑오일)

옛 선조들은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천도(天道)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흉조로 인식했다. 특히 왕을 상징하는 태양 근처에 나타난 혜성은 왕을 위협하는 신하의 출현 혹은 반란의 징조로 해석됐다. 혜성이 나타나면 왕은 사면령을 내리거나 근신했다. 따라서 혜성을 관측하는 일은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었다.

핼리 혜성부터 아이손 혜성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밤하늘에 긴 꼬리를 끌며 나타나는 혜성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는 옛 문헌 속에 잠들어 있던 혜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내 200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의 하늘을 독자 앞에 펼쳐 놓는다.

저자인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0년 천문학과 박사 과정 시절에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현암사)’로 360여 개의 고유한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24절기로 나눠 들려준 바 있다. 저자는 지난 2001년 사자자리 별똥소나기의 모습에 매료된 이후 ‘고려사’에 기록돼 있는 별똥(유성)과 별똥소나기(유성우) 기록과 ‘조선왕조실록’ㆍ‘승정원일기’의 기록들을 분석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에겐 삼국시대 초기부터 관측된 천문기록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혜성 관측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다양한 옛 문헌 속에서 발견된다. 특히 조선 시대는 관상감(觀象監)의 천문학자들이 날마다 하늘을 관측해 국왕과 조정에 결과를 보고하는 체계를 잘 갖추고 있었다. 이 보고서들 중 측우기 측정 등 기상에 관한 것이 ‘풍운기(風雲記)’이며 천문 현상에 관한 것이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이다. 일정 기간 동안 계속된 천문 현상은 ‘성변측후단자’들을 베껴서 모아 ‘천변등록’으로 만들었고, 그 천변의 종류에 따라 ‘혜성등록’, ‘객성등록’, ‘성변등록’ 등으로 불렀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동시대 그 어떤 국가 이상으로 체계적으로 발달된 천문관측 기술을 가지고 기록을 남겼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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