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생활툰 그리지만 일상은 스릴러보다 짜릿”
웹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백두부 작가 인터뷰
폭력누나 ‘계을’은 실제 모습
웹툰연재 발각땐 큰일날수도
의도치 않게 신비전략 고수

독자 피드백 위해 댓글 정독
다음달 시즌1끝 연재는 계속
후속작 스릴러…필명 바꿀것




작가의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낸 웹툰의 한 장르인 ‘생활툰’은 독자가 공감할 부분이 많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일상을 유쾌하게 웹툰으로 빚어낸 작가는 독자로부터 여느 스타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연재되고 있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백두부 작가는 조금 특별하다. 생활툰임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작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적다. 남다른 성격의 누나와 두부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20대 이상의 남성이란 사실 그리고 누나에게 이 웹툰의 존재가 발각되는 순간 연재는 중단되고 작가는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전부다. 의도치 않은 신비전략으로 매주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가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 접선은 보안상 전화로 이뤄졌다. 작가는 어머니의 심부름 때문에 대형마트로 향하던 중이었다.

작가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며 “어머니의 소원이 내가 4대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일 정도로 가족에게도 철저히 숨기고 있다”고 밝혔다.

백두부 작가는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면 안되는 상황이어서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릭터로 사진을 대신했다. [사진제공=백두부 작가]

포화상태라는 말을 들을 만큼 많은 작품이 존재하는 ‘생활툰’ 시장에서 ‘어오내’의 경쟁력은 캐릭터다. 시도 때도 없이 작가를 때리고 사고를 치는 누나 ‘계을’은 웹툰 사상 전무후무한 좌 충우돌 캐릭터다. 독자는 매주 웹툰 속 계을의 활극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발각돼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는 것 아닌가 노심초사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발각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며 정체가 드러나길 바라는 독자도 은근히 많다.

작가는 “누나는 한 번 화를 내면 정말로 무서울 뿐만 아니라 웹툰 속 ‘폭력신’은 실제보다 순화된 모습”이라며 “예전에는 리모컨도 많이 던졌는데 요즘에는 함께 사는 강아지들이 다칠까봐 참고 있다”고 전했다.

웹툰 속에서 작가는 누나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모습만 보여줘 독자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서 절대로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고 가르치신데다, 누나는 손목을 힘줘 잡으면 멍이 들 정도로 여리여리하다”며 “자칫 혼삿길을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누나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독자의 가장 큰 궁금증은 작가가 언제 누나에게 웹툰 연재 사실을 고백하느냐다. 작가는 “처음엔 연재를 가볍게 생각했는데 ‘루비콘강은 발을 담그는 순간 건넌 것이지 반만 건너고 마는 법이 없습니다’라는 댓글을 보고 내가 정말 큰 일을 벌여놓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고백 시기를 쉽게 정하지 못하겠다. ‘생활툰’을 그리지만 일상이 스릴러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작가는 다음달 연재를 마칠 예정이다. 작가는 “시즌1을 마치는 것일 뿐 앞으로도 ‘어오내’ 연재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후속으로 그릴 스릴러의 구상도 마친 상황인데, 그림체와 필명을 모두 바꿔 신분을 세탁한 뒤 연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어쩌면 ‘어오내’의 연재가 계속되는 한 작가의 정체는 영영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긴 전화 인터뷰를 마친 작가는 국물용 멸치와 우유를 구입하기 위해 다시 대형마트로 향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