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득 3만불 시대…불황에도 끄덕없는 웰빙의 진화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200만원을 호가하는 스칸디나비아 테이블 위에는 조니라인 리빙퍼퓸(방향제·15만9000원), 거실 한 편엔 덴마크 오디오 ‘뱅앤올룹슨’과 스웨덴 청소기 ‘엘렉트로룩스’ 그리고 50만원을 호가하는 독일 벤타 제습기….

최근 중산층 이상 한국인 소비 트렌드를 재구성한 단면도다. 7년째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 그리고 10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부채의 짐을 안고 사는 한국인의 현 주소를 감안하면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제품에 열광한다. 디퓨저 등 홈프래그런스(방향제 총칭)와 제습기는 1년 사이에 아예 가정 상비품으로 자리잡았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안마의자 매출은 지난 한 해에만 2.2배 늘었다.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경기불황기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굳이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는 이들 제품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나 볼 법한 소비성향이 일찌감치 꿈틀거리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 소재의 옷을 입는 것에서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으로, 이제는 그 단계도 훌쩍 뛰어넘어 ‘거주의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친환경 등 자기만족감을 100% 끌어올리는 가치소비를 즐기면서도 실패 확률을 0%로 끌어내리려는 경기불황기형 소비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와 함께 편가르기와 갈등 그리고 날선 대립이라는 사회문화에 대한 불만 속에 집에서만큼은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려는 욕구도 한몫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나현준 MD전략담당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시간이 가면서 웰빙도 세분화ㆍ고도화하고 있다”며 “잘 입고, 잘 먹는 것에서 이제는 거주의 고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롯데백화점 생활가전MD팀 김은희 CMD(선임상품기획자)도 “최근 지친 현대인에게는 피곤한 주위의 세계를 피해서 안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회귀하는 코쿠닝(COCOONING) 효과로 인해 나만의 공간을 안녕하게 꾸미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거주의 고도화는 보통 국민소득이 3만달러로 접어들 때 나타나는 소비성향이지만 국내에선 날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거주의 고도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북유럽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52.4% 성장했으며, 북유럽 가전과 도자기ㆍ생활용품도 각각 39.2%, 47.5% 성장했다. 특히 100만원대의 2인용 테이블과 2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4인용 테이블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덴마크 오디오 ‘뱅앤올룹슨’도 100만원대의 중저가 라인은 물량이 달릴 정도고,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도 인기 대열에 올라 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북유럽 가구의 경우 친환경적이고 견고하며, 간결한 디자인으로 인해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해도 북유럽 제품군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돼 이들 제품에 대한 라인업을 다양화ㆍ세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공간에 향을 내는 향초나 룸스프레이, 디퓨저 등 홈프래그런스 제품은 불과 1년 만에 백화점 곳곳을 점령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2년 4월 경기점에 ‘프래그런스 편집매장’을 오픈했을 당시 5개 내외에 그쳤던 브랜드도 현재는 20개 이상의 브랜드로 늘었으며, 본점과 강남점 등 주요 점포는 물론 지역점포에까지 별도 코너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1년 19.6%에 그쳤던 홈프래그런스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엔 무려 120%까지 증가했으며, 올 첫 정기세일 리플렛에 나갔던 ‘우드윅 갤러리캔들’ 한정상품은 행사 첫날 준비물량이 모두 소진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2년 2분기 4.7%에 그쳤던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엔 64.4%로 껑충 뛰어올랐다.

신세계백화점 생활팀 조용태 과장은 “과거에는 40~50대의 중장년층이 주 구매층이었으나 최근에는 30대는 물론 20대까지 소비층이 전 연령대로 고루 증가하고 있다”며 “구매 목적도 예전에는 집안 인테리어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생활공간의 쾌적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구매자 본인의 스트레스 완화나 향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전체 구매 중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집안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제습기도 불티나게 팔리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제습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신장했으며, 롯데하이마트의 경우에도 제습기 매출이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제습기의 경우에도 30만원대는 물론이고, 독일 벤타 제습기처럼 50만~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