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노동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통상임금과 관련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공급제에서 성과급제로= 근무 연수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현행 연공급제의 경우 때가 되면 근무 연수에 따라 일정 금액의 상여금이 지급돼 왔다. 그러나 향후 관행적으로 지급돼 왔던 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큰 방향은 현행 연공급제에서 ‘직능ㆍ직무급’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로 개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낮고, 각종 수당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복잡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복잡한 수당체계를 재정비하는 방향이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연공급제에서 벗어나 앞으로 통상임금의 정기ㆍ일률ㆍ고정성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의 개별 능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특별 보너스 형식이 될 것”이라고설명했다.
(왼쪽부터) 유경준, 박지순, 이정 |
▶장시간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은 그동안 국내 산업계에 고질적으로 퍼져 있는 장시간 근로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연장근로는 물론 잔업, 특근 등 장시간 근로를 해왔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기본급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각종 수당을 만들어 연장근로를 유인해 왔다.
문제는 개별 기업들이 우후죽순 만들었던 각종 수당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기ㆍ일률ㆍ고정성을 갖고 있을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돼 전체적인 임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게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기업은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 각종 수당을 지불하는 유인을 차단할 수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법원 판례를 기본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장시간 근로를 하던 관행이 많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송’보다는 ‘합의ㆍ협의’로=당장 통상임금 소송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못 받았던 각종 수당 상승분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사측을 대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송이 전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소송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소송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노사가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하면 이를 법에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정부의 입법 과정에서 노사의 합의 사항을 인정해줄 수 있도록 입법론적인 논의를 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okido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