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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한국미술시장 4405억. 전년대비 6.7% 감소.. 무역대국 10위치곤 너무 옹색한 아트마켓
<이영란 선임기자의 아트 앤 아트>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작아도 너무 작다. 그런데 그나마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미술시장 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정재왈)는 2012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를 4405억원으로 조사 발표했다.

센터는 ‘2012년도 미술시장실태조사’를 통해 한국의 미술시장 규모가 작품거래금액 기준으로 4405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사를 담당한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연구팀의 김봉수 씨는 “지속적인 국내외 경기불안 및 양도소득세 시행, 미술품 관련 사회적 사건 발생 등의 악재로 지난해 미술시장은 전년(2011년 4722억원)도 대비 6.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의 화랑과 경매사, 아트페어, 그리고 공공조형물 담당업체가 일년간 죽어라 장사를 해도 프란시스 베이컨의 1528억원짜리 그림 ‘루시안 프로이트에 대한 연구'를 세차례 거래한 것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아시아 작가를 기준으로 해도, 중국의 유명작가 쩡판즈(49)의 ‘최후의 만찬’(249억원)을 18번 거래한 것에 불과하니 한국 미술시장은 OECD가입국이자, 무역대국 10위권 국가 치고는 너무 빈약한 셈이다. 특히 최근들어 창조경제가 화두인 상황에서 그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아트마켓은 지나치게 위축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유통영역별로 보면 화랑은 전년대비 7.1% 감소한 2751억원, 아트페어는 9.5% 감소한 42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미술품 경매회사의 작품 판매금액은 전년대비 9.0% 증가해 852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화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2차 시장인 경매가 다소 회복세를 보인 것.

조사대상 화랑 397개 중 지난해 연간 작품판매 실적이 1건도 없는 화랑도 124개로 전체의 31.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또 70여 개 화랑이 새롭게 개관했으나 폐업한 화랑도 50여 개로 나타나는 등 중소 화랑들의 경영상태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매시장에서는 서울옥션과 K옥션의 작품 판매금액이 전년 대비 44.5% 증가해 양사 합쳐 63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9개 소형 경매회사의 작품판매금액은 전년도 280억원에서 2012년도 118억원으로 대폭 감소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공영역에서는 신축건물에 미술품을 장식하는 ‘건축물미술작품 설치’ 금액이 전년대비 25.7% 감소한 62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은행의 작품구입금액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15억8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국공립및 사립미술관의 작품구입금액이 전년 대비 7.5% 증가해 14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조사는 유통영역에서 화랑(397개), 경매회사(13개), 아트페어(35개)와 공공영역에서 건축물미술작품, 미술은행, 미술관(172개)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트마켓의 기본자료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미술시장 운영 현황, 작품판매 및 구입 현황 등을 객관적으로 집계ㆍ분석한 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한편 올해 미술계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이래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미술품 수집을 둘러싸고 세간의 시각이 더욱 부정적이어서 컬렉터들은 화랑을 거의 찾으려 하지않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더하다. 게다가 올 1월부터 시행된 6000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시 양도세 부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향후 전망은 어둡다.


게다가 최근들어 국내 수집가들이 한국작가 작품보다는 외국작가 작품을 더욱 선호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화랑들이 국내작가 작품전 보다 외국작가 작품전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의 전업작가들은 물감 살 돈도 없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래서야 문화융성 국가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새로운 수집가층이 형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 가정 한 그림 걸기’, ‘기업과 미술가 협업프로그램’을 서둘러 펼쳐야 할 때다. 특히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화랑에서의 전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2차, 3차 시장도 활성화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미술품 구입시 손비처리 상한을 현재의 50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높이는 등 공공과 기업의 수요를 확대하는 게 급선무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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