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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데이터> 3215종(6~10월) 봇물…‘소설’ 의 귀환
베스트셀러 20위중 9권이 소설
여름부터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여름 하루키의 신작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로 지펴진 불이 정유정의 ‘28’,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조정래의 ‘정글만리’에 의해 불꽃이 튀면서 댄 브라운, 베르베르, 공지영에 이르러 한껏 달아올랐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온ㆍ오프라인 전국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한 베스트셀러 20위 안에는 현재 모두 9권의 소설이 올랐으며, 베르베르의 ‘제3인류 1’, 조정래의 ‘정글만리 1’,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가 상위권에 줄지어 서 있다. 


이는 즉각 소설 판매로 나타난다.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6~10월의 소설 매출은 전년 대비 20%나 늘었다. 소설 종수도 총 3215종으로, 전년 대비 200여종 많다. 이는 전체 책 발행 종수가 약 10% 줄고, 발행 부수도 13%나 줄며 출판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궈낸 소설의 성가라는 점에서 가히 ‘소설시대’라 부를 만하다. 

지난 몇 년간 출판 시장에서 소설은 비참했다.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드라마로 선보인 ‘스크린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장식하고, 신작은 찬밥신세였다. 불황에 잘나간다는 문학이 힐링 에세이에 밀려 전혀 힘을 쓰지 못하자 출판계는 낙심했다.

현재 소설 열풍은 불황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새로운 징후들이 눈에 띈다. 가령 2009년 금융위기의 여진으로 싸늘했던 출판 시장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독주하며 밀리언셀러를 거듭하는 쏠림 현상이 심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한 작품에 집중되는 대신 개성 있는 다양한 작품이 나란히 주목받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하루키, 댄 브라운, 베르베르 등 외국의 대형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조정래의 ‘정글만리’는 현재 판매 90만부를 넘어섰으며,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는 출간 석 주 만에 13만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주목받은 소설의 성격도 달라졌다. 종래 불황엔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설이 잘나갔다면, 지금은 짧은 단문에 재미있는 소설이 대세다. 추리적 기법을 적용한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다. 이는 감각적이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SNS 시대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맞아떨어진다. 소설 붐을 ‘힐링 열풍’의 여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음 다스리기 식의 힐링 도서에서 더는 위안을 얻지 못한 독자들이 문학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우리 사회 화두인 ‘소통’과 ‘창의’에 대한 기대도 타인의 마음을 읽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순수문학으로 이끌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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