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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 빠진 ‘책중년’…‘출판의 꽃’을 피우다
한해 끝자락 대형작가 소설 대거 귀환
40·50대 남성 국내문학작품 구매율 급증

조정래 ‘정글만리’ 연내 밀리언셀러 예고
노벨상 먼로 최신작 ‘디어 라이프’ 출간
5년만의 장편 공지영 ‘높고 …’도 인기행진


‘출판의 꽃’으로 불리는 소설의 귀환은 모처럼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인기 작가의 작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독자는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판계는 지금의 소설 열기가 내내 이어져 ‘소설 르네상스’를 펼칠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일단 긍정적이다. 현재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소설의 뒷심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 대한 높은 관심은 재미를 넘어 삶의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순수문학을 좇는 독자층이 탄탄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설의 판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밀리언셀러 작가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는 작가 특유의 생생함과 유장함 덕에 술술 읽히며 연내 100만부 돌파가 예상된다. 소설은 새로운 시장인 중국을 무대로 각국 비즈니스맨이 벌이는 경제전쟁, 성공을 향한 열정과 야망을 담아 1970~80년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 한국 상사맨의 모습을 떠올리며 중장년 남성 독자층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이를 확인시켜주듯 국내 문학 구매성연령별 동향(예스24 제공)을 보면 40대 남성의 비중이 2012년 14.3%에서 올해는 15.5%로 크게 늘어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50대 남성도 13.4%에서 13.6%로 소폭 느는 모습이다. 

한국소설이 연내 밀리언셀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침잠했던 소설이 독자가 돌아오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5년 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온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한겨레출판)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할 신부의 사랑이라는 의외의 소재와 감각적인 글쓰기로 독자와의 접지를 넓혀가고 있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에 헌신했던 신부의 돌연한 죽음을 통해 다시금 사제의 역할을 묻는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소리없이 무게감 있는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평생 단편소설만 써온 앨리스 먼로의 진가를 보여준 ‘행복한 그림자의 춤’(뿔)은 서사의 압축된 힘을 보여주는 단편소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여자들의 일상의 작은 반란을 그린 ‘행복한~’에 이어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일 ‘디어라이프’(문학동네)도 막 출간돼 ‘노벨상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어 라이프’는 언니의 익사사고 이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 ‘기차’ 등 14편의 단편이 담겼다. 


작가 특유의 세심한 결이 느껴지는 김연수의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구여친’인 정연이 자신이 사준 태그호이어 시계를 내놓으라 해 벌어지는 공유의 시간에 대한 에피소드(벚꽃 새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태호와 시각장애 강아지 기린의 소통(깊은 밤, 기린의 말), 영화배우였던 이모의 사랑의 도피행각과 함석지붕 위에 떨어지던 빗소리의 추억(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소설 속 이야기는 가슴저리면서도 따뜻하다.

소설과 영화의 만남도 소설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비상구’ ‘더 바디’ ‘번개와 춤을’ 등 세 편을 영화화한 옴니버스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작가주의 팬들을 중심으로 번지면서 원작소설에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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