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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전재국 미술품,경매시장 나왔다..“수백억대라더니 경매추정가 37억 규모”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소장해왔던 미술품이 일제히 공개됐다. 이들 미술품은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라는 방식으로 국내의 양대 미술품경매사 K옥션과 서울옥션에 의해 오는 12월 일반에 판매된다.

당초 전두환, 전재국 부자가 사들인 국내외 미술품은 수백억원대를 호가할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차로 양대 경매사를 통해 판매에 부쳐질 235점의 추정가는 약 37억원(낮은 추정가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추정가로 합산하더라도 약 50억원대에 그친다. 이 또한 경매를 통해 응찰자에게 모두 팔려나갔을 때의 금액이어서, 과연 양사의 경매에서 어느정도 경합이 일지, 검찰이 목표로 예상했던 금액이 환수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재국 컬렉션 경매 중 오치균 회화 가을정류장. 추정가 1억-2억원 [사진제공=K옥션]

먼저 경매를 개최하는 곳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K옥션(대표 이상규). K옥션은 오는 12월 11일(오후 4시)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전재국 시공사 사장이 수집한 모두 80점의 미술품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 타이틀은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 경매’. 80점의 경매 출품작의 추정가는 약 17억원(낮은 추정가 기준).

80점의 작품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출품작은 김환기의 뉴욕시대 유화 ‘24-VIII-65 South East’(100호, 추정가 4억5000만원~8억원). 자연과의 교감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이 그림은 김환기 특유의 색채는 아니지만, 보관상태가 양호하고 최근들어 김환기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경합이 예상된다. 

전재국 컬렉션 경매 중 김종학 유화 설경. 80호. 추정가 5500만-9천만원 [사진제공=K옥션]

김환기의 푸른 점이 돋보이는 과슈 작품도 K옥션 경매에 포함됐다. 1970년에 그린 이 중간크기 작품(제목 무제, 61x45.5cm)은 김환기의 걸작 ‘어디서 무엇이 되서 만나랴’와 작품 분위기가 흡사하나 유화가 아닌 종이에 과슈로 그린 작품이다. 제작방식도 따라서 조금 다르다. 그러나 작품이 주는 느낌은 유화 못지않게 강렬하다는 게 경매사측 주장이다.

김종학 이응노 이대원 변종하 권옥연 안창홍 이두식 이준 변종곤 김호득 사석원 이석주 주태석 황주리 김덕용의 회화도 경매에 부쳐진다. 미술시장에서는 별반 주목받지 못하나 작품성과 예술적 완결성에선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온 김명희 문범 조덕현 엄정순 노상균 등의 작품도 경매에 나왔다. 또 요절조각가 유인의 브론즈 작품과 박종배의 브론즈 작품, 배병우의 사진도 새 주인을 찾아간다.

전재국 컬렉션 김환기 과슈작품 무제. 1970년작. 4500만-1억원.[사진제공=K옥션]

이밖에 인기작가 오치균의 작품이 여럿 포함돼 눈길을 끈다. ‘가을 정류장’(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0호, 추정가 1억~2억원)을 비롯해 ‘인왕추경’ ’마드리드' ‘겨울산타페' 등 5점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오치균의 회화는 전재국 씨가 매입했을 당시에는 현재의 추정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금액을 형성했던 것들이다. 이번 경매의 추정가는 비교적 낮게 책정됐으니 오치균 회화를 수집하고자 하는 이들은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미술품으론 데이비드 살르, 패트릭 휴즈, 탕즈강의 유화가 눈길을 모은다. 또 데미안 허스트, 프란시스 베이컨, 쩡판즈의 판화와 김대중,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글씨도 포함됐다. K옥션은 오는 30일부터 10일까지 신사동 전시장에서 프리뷰 전시를 개최한다. 12월 3일, 7일 오후 3시에는 설명회도 진행한다. (02)3474-8824 

전재국 컬렉션 이응노 유화 구성. 3500만-5000만원. [사진제공=K옥션]

서울옥션은 K옥션 보다 한주 늦은 오는 12월 18일(오후 3시) 서울옥션 평창동 본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를 진행한다.
총 출품작은 155점. 경매 시작가 기준으로 총 추정가는 20여억원 규모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전두환 전재국 씨의 압류미술품은 특정한 장르나 시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방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재국 씨가 향후 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 수집한 작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집안에서 오랫동안 보유했을 것으로 보이는 고미술품을 비롯해 근현대미술, 해외미술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스페인의 유명 수제도자기 브랜드 ‘야도르’의 앤틱인형 ‘앤젤 오브 더 미러(Angel of the mirror)’(추정가 1000만원)까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전두환 압류미술품 조선시대 화첩. 왼쪽은 겸재 정선의 계상야회도, 오른쪽은 현재 심사정 송하관폭도. 화첩(총16점) 전체 5억~8억원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옥션이 경매에 부칠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18세기와 19세기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두루 담은 16폭짜리 화첩이다. 이 화첩에는 겸재 정선의 걸작 ‘계상아회도’ 등 그림 5폭과 현재 심사정의 ‘송하관폭도’ 등 3폭이 포함돼 있다. 또 관아재 조영석,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 등 조선시대 거장 9명의 작품이 수록된 진귀한 화첩이다. 화첩의 추정가는 5억~8억원.

현대미술품 중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 오랫동안 걸려 있던 이대원 화백의 ‘농원’(1987년 작)이 하이라이트에 해당된다. 가로 194cm(120호) 크기의 대작으로, 추정가는 3억~4억원. 또 오치균의 풍경화를 비롯해 변종하, 김종학, 권순철, 최영림의 유화 등 근현대 주요작가들의 회화와 배병우, 구본창 등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부쳐진다.

전두환 압류미술품 중 연희동 거실에 내걸렸던 이대원의 회화 농원. 120호. 1987년작. 3억~4억원.[사진제공= 서울옥션]

미국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살르의 유화 ‘무제’(122.1×107㎝),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밈모 팔라디노의 회화도 포함됐다. 이밖에 장샤오강(중국), 프랜시스 베이컨(영국)의 판화도 경매에 부쳐진다. 이밖에 출판사 시공사가 출간한 ‘아르비방’에 소개됐던 작가인 권여현, 김근중, 조덕현, 정경연, 형진식 등 국내 주요 중견작가들의 작품도 출품됐다. 경매 출품작은 12월 6일부터 11일까지는 서울옥션 강남점 호림아트센터에서, 14일부터 17일까지는 평창동 본사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02-395-0330.

한편 전두환-전재국 압류미술품 경매를 진행할 K옥션과 서울옥션은 검찰로부터 각기 300점씩의 작품을 위탁받은 상태다. 따라서 2차 경매도 진행된다. 양사는 내년초 2차 경매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총 600점 중 골갱이에 해당되는 작품은 이번 12월 특별경매를 통해 대부분 선별돼 2차 경매는 작품의 파급력이 1차 경매만큼 대단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약 600여점의 압수 미술품이 모두 팔린다고 가정해도 총 100억원에는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대 경매사측은 ”이번 특별경매는 시중 유통가에 비해 작품들이 현저히 낮은 금액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만큼 많은 작품들이 팔려, 국가에 환수되는 금액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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