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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불도저 큰손’ 김창일회장이 인수한 ‘공간’,앞으로 어떻게 되나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한국 현대건축계를 대표하는 ‘공간’ 사옥이 25일 미술계 ‘큰 손’ 김창일(62) 아라리오그룹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에 따라 이 건물이 향후 어떤 용도로 쓰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건물 매입을 검토했던 현대중공업 등의 대기업을 제치고, 전격적으로 유서깊은 사옥을 150억원에 사들인 중견기업인 김창일 회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간 사옥을 인수한 아라리오갤러리측은 “현대건축계의 아이콘에 해당되는 건물인 ‘공간’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3층에 조성된 ‘김수근 작업실’은 잘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사옥을 매각한 공간종합건축도 계약시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건축 불모지였던 이 땅에 ‘현대건축’이라는 씨앗을 뿌린 김수근(1931~1986)이라는 거장의 신념과 발자취가 남아있는 사옥의 내외부를 최대한 살리겠다. 그런 흔적이야말로 문화적으로 가장 가치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김수근 아카이브를 살리면서 그와 조화를 이룰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아라리오미술관(가칭)을 내년 9월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이미 국내의 저명한 건축가와 사옥을 둘러보고 한차례 협의를 마친 상태다. 


공간 사옥은 1971년 한국 현대건축의 개척자인 고(故) 김수근이 설계한 건축물로, 검은 벽돌로 이뤄진 본관과 ‘공간’의 2대 대표를 역임한 고(故) 장세양이 증축한 투명한 유리 사옥, 이상림 현 대표가 증개축한 한옥 등이 맞물려있는 독특한 복합건물이다. 문화재청은 공간 사옥 중 김수근이 설계한 옛 사옥을 등록문화재로 등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공간 사옥은 건축계 인사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지하의 소극장은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출범을 알렸던 곳이자 공옥진선생의 ‘병신춤’ 등 각종 의미있는 공연이 수시로 열렸던 곳이다. 또 건축및 시각예술 전반을 다루던 잡지 ‘공간'의 편집실이 상주해 있어 많은 예술가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때문에 문화계는 공간 사옥이 민간에 매각될 경우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공공기관의 인수를 주장해왔다.


이번에 돌발(?)적으로 ’공간‘사옥을 인수한 김창일회장은 한국 미술계에서 ‘불도저 아트비즈니스맨'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의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하는 ‘세계 200대 컬렉터’에 다섯차례 오른바 있는 그는 대학 졸업 후 1978년 모친으로부터 손바닥만한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의 매점을 물려받아 낙후된 터미널 시설과 매점을 세련되게 리노베이션해 부(富)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종합터미널, 유통, 멀티플렉스, 외식, 미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라리오그룹을 일궜다. 지난 2011년에는 신세계백화점과 경영제휴로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천안시 신부동)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신세계 충청점 앞 광장에 코헤이 나와(38,일본)의 높이 13m의 대형조형물 ’매니폴드'를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영국), 키스 해링, 아르망의 150억~50억원대 조각 등 총 26점으로 꾸며진 야외 조각공원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조성했다. 독일의 권위있는 미술잡지 ‘Art’는 ‘한국에 들르면 꼭 가봐야할 곳’으로 천안의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꼽았다. 이 잡지는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지만, 충남 천안이야말로 예술적으로 가장 핫(Hot)한 도시다. 데미안 허스트의 저 유명한 조각 ‘Hymm(찬가)’과 ‘채러티’ 등 7m짜리 대형조각이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광장에 놓여있다. 믿을 수 없는 광장으로, 전세계 미술지도에 꼭 표기되어야 할 곳”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현재 지그마 폴케, 키스 해링, 마크 퀸, 네오 라흐, 트레이시 에민, 임멘도르프, 루퍼츠, 왕광위, 수보드 굽타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의 대표작을 보유하고 있는 김 회장은 천안과 서울에서 대규모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15년 경에는 자신의 컬렉션을 공공에게 선보일 미술관을 제주에 개관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는 ‘씨킴’이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며, 한국및 영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바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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