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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처럼 흩뿌려진 현대인의 욕망 · 분노 · 기쁨 ‘해방의 카타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증발’ 24일까지
무용수가 미역 더미를 밟고선 미끄러워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계속 쓰러진다. 반대편 다른 무용수는 계속 달리다 가방에서 라면 부스러기를 꺼내 던지고, 뒤편에서 또 다른 무용수가 등장해 소리를 지르며 객석을 향해 화를 낸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해외초청안무가 시리즈 ‘증발(Into thin air·사진)’은 키치적 유머로 가득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9명의 무용수는 각자 캐릭터를 갖고 있다. ‘미래를 보는 젊은 스님’ ‘전지전능한 마술사’ ‘기다림의 아이콘’ ‘나쁜 여자’ 등은 알록달록 유치한 의상을 걸치고 나와 대사를 내뱉기도 하며 소품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미역, 다시마, 10원짜리 동전, 플라스틱 칼, 하이힐, 석고상 등 일상의 소품은 무대 바닥에 마치 쓰레기처럼 흩뿌려진다. 무용수는 욕망, 분노, 기쁨의 감정을 배출하며 해방의 카타르시스를 표현한다.

이스라엘 현대무용단 클리파씨어터의 예술감독 이디트 헤르만이 안무를 맡았다. 헤르만은 “9명 무용수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연극적 요소를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용수의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떤 무용수는 울고 내게 화를 낸 적도 있다. 그 순간 벽이 허물어지고 그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안무가는 영화 ‘킬빌’과 ‘씬 시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통속적인 소재를 저속하고 진부한 스타일로 풀어놓는데, 우습지만 독창성을 꾀한 노림수가 엿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진부한 캐릭터와 클리셰(전형)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현대인의 전형을 표현하는 하나의 키치적 방식으로 차용되고 있다. 한 번쯤 마음껏 웃고 환호하며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헤르만은 ‘쓰레기 문화’란 표현을 썼다. “이미 어떤 용도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버려진 것은 아니지만 쓰레기”라는 의미에서다.

김동현, 조현배, 지경민, 박성현, 이소진, 이해상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예술의전당의 콘텐츠 영상화 사업에 선정돼, 공연 마지막 날인 24일 공개 녹화된다. (02)3472-1420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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