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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당신을 만난 건 축복이다' 외 출판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당신을 만난 건 축복이다/청전 지음/휴=신학생에서 승려로, 한국에서 인도로 참스승을 찾아 떠돌았다. 그러길 10여년. 행각을 멈춘 뒤 티베트 난민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26년째 구도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이, 청전스님이 들려주는 행복의 비밀은 화려하지 않다. 25년 넘게 단골로 지내는 인도인 푸줏간 삼형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0년 동안 날마다 험준한 산길 10리를 걸어 올라가 사원을 참배하던 사원지기 노인, 이웃에 사는 티베트 난민, 라다크 순례 봉사 때마다 마주치는 눈 맑은 노승까지 스님은 이들을 참스승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청전스님의 종교관은 울타리를 넘어선다. 그는 인도의 가난한 시골마을 조그마한 힌두사당에서 34년째 꺼지지 않는 기름등불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교마다 ‘내 것이 제일’이라는 무서운 에고, 기적이 자기 종교에만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은 울림이 크다.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신슈밍 지음, 주수련 옮김/글항아리=은밀한 청나라 궁의 내부 모습을 눈앞에서 보듯 생동감 있게 그려낸 책이다. 청나라 마지막 태감(太監ㆍ명청시대 환관의 우두머리)이었던 저자가 젊은 시절 25년간 황실 지근거리에서 직접 겪고 보고 들은 황실 이야기다. 서태후 등 청 황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의 이야기는 적나라하다. 흔히 서태후는 늙어서도 칠흑같은 머리를 자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따르면 태후의 머리는 늘 빗기가 어려웠다. 40세 이후에는 벌써 탈모가 오기 시작해 귀밑가와 뒷머리에만 짧은 머리털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동치제의 사인도 실제로는 화류 관련 병이었다. 날마다 궁 밖 창기의 집에 드나들며 향략을 즐기다가 몹쓸 병에 걸린 것. 그러나 어의는 사실을 고하지 못하고 천연두에 걸렸다고 했고, 엉뚱한 처방이 이뤄진 끝에 동치제는 목숨을 잃는 등 장막 속 이야기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리딩/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알마=에밀 졸라, 찰스 디킨스, 토머스 페인,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자였다. 영미권 최고의 비평가인 히친스는 평소 기자적인 글을 경멸조로 말했지만 그 역시 저널리즘에서 멀어지진 못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등 각종 언론에 기고한 다양한 서평으로 구성된 ‘리딩’은 저널리즘 서평의 진수를 보여준다. 책과 저자가 위치하는 맥락을 넓은 지적 지평 아래 펼쳐보이고 아이러니와 풍자를 더해 유쾌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특히 독한 직설적인 비평은 통쾌하고 날카롭다. 가령 ‘여러분의 서재에서(…)히틀러 전기는 모두 내다버려도 상관없다. 그러고 나서 비교적 짧은 책인 ‘히틀러의 의미’만 읽으면 된다’거나 ‘(동물농장에)한 가지 빠진 부분이 눈에 확 띈다. 스탈린 돼지와 트로츠키 돼지는 있는데 레닌 돼지는 없다는 사실이다’ 등은 주례사 비평으로 일관한 국내 풍토에 경종을 울린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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