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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축이 이동한다...추세 쫒지 말고 큰 그림을 봐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날을 예측하는 경제경영전망서는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나라 안의 변수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글로벌 동향이 개인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건 기본이다.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컨설턴트’로 불리는 경영구루 램 차란의 최신 저서 ‘세계 경제 축의 대이동’(21세기북스)은 앞으로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지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틸트’라는 용어를 만들어 등장시킨다. 이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미국ㆍ유럽ㆍ일본ㆍ한국 등 북반구 국가에서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인도네시아ㆍ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남반구 국가, 즉 북위 31도 이하 나라로 축이 이동함을 의미한다. 저자는 글로벌 틸트의 원인으로 중국의 성장,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혁명,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금융위기 등을 꼽는다.

램은 글로벌 틸트야말로 지금까지 기업 환경 가운데 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축의 이동은 우선 경제성장률로 확인된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3%대에 머물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은 1% 미만으로 지지부진한 반면 남반구의 인도는 5~6%, 인도네시아는 6%, 중국은 7%, 나이지리아는 8%에 이른다. 주요 산업도 이동 중이다. 이들 남반구 국가는 인구증가율이 높아서 거대한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비가 낮아 세계의 부를 흡수하고 있다. 저자는 남반구의 성장을 정부 지원과 값싼 노동력 덕으로 돌리는 시각에 반대한다. 이들은 이미 지식과 능력, 기술을 습득해 세계와 경쟁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중국 최대의 백색가전 제조업체 하이얼그룹은 지속적인 기술도입과 혁신, 철저한 품질관리로 최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하이얼의 CEO 장루이민은 한 생산라인에서 살짝 긁힘 같은 사소한 결함을 발견하고는 76개의 냉장고를 모두 부숴버리게 한 일화로 유명하다. 인도의 통신회사 바르티에어텔은 빠른 네트워크 구축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가격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독특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외에 저자는 힌달코인더스트리, 에이비엔베브, 바르티에어텔 등 급부상하고 있는 남반구 기업의 사례를 들려주며 이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 권력의 남하가 전적으로 남반구 기업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파이가 커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누구든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먼저 읽고 적응하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북반구 기업가에 주는 조언은 한 마디로 확 바꾸라는 것이다. 기존의 낡은 가정과 경험 법칙, 사고방식을 버리는 게 급선무다. 사업방식과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저자는 북반구 기업가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행동플랜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먼저 변동성이 클 때는 추세가 사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집착하지 말고 소용돌이를 관통해 큰 그림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직접적인 추세와 이것의 합의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면 무엇을 추적해야 할지 알게 되고 자신감과 결단력을 높여줄 것이란 조언이다. 남반구 기업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반구 기업은 구체적인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직관과 판단, 소수의 핵심 변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부와 잠재적 파트너의 관계형성을 통해 사업을 키워간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런 축의 이동이란 대변혁 속에서도 스스로의 체질 변화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북반구 기업의 사례를 보여준다. 예를들어 GE는 기술과 노하우를 빼앗길 수 있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과감히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을 선점했으며, 보레알리스는 중동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정확한 전략으로 합병함으로써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미래전망서가 빠지기 쉬운 큰 그림이 갖는 추상성과 달리 저자의 오랜 현장경험과 확고한 식견, 통찰, 적절한 예시가 향후 구체적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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