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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나치는 왜 동성애에 온건했나?...‘나치즘과 동성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세기 전반기, 독일에서 성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베를린에만 19개의 성상담소가 있었고 1923년부터 성전환 수술이 실시됐다. 동성애자가 출입하는 전용술집이 베를린에만 100개가 넘었다.제 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독일인 병사가 180만명이었는데, 당대 추산으로 2300만명에 달하는 남자가 동성애자였다. 여성의 낙태, 불임, 피임도 유행했다. 1890년대 인구 1000명당 37명에 달하던 독일의 출생률은 1930년까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독일에서 이처럼 성이 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학이 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저서 ‘나치즘과 동성애’(문학과지성사)에서 독일의 정치적 특수성을 꼽는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주의화에 따른 혼란과 창조성이 함께 소용돌이 친 것이다.

이런 개혁적인 성은 나치의 골치거리였다. 나치는 여성이 배제된 남성 전사들만의 공동체라는 정체성이 뚜렷했다. 히틀러가 총리에 임명된 후 나치의 동성애정책은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한 생명정책과 남성동맹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긴장이 생겼다. 동성애는 민족의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존재라는 점에서 우익의 타깃이 됐으며 ‘신여성’으로 간주됐다.

저자는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 시기에 출판된 책들과 신문기사, 팸플릿, 동성애자들의 수기, 기록보관소의 게슈타포 수사기록, 법원의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동성애 해방운동, 정치적 긴장관계,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재구성해 동성애를 통해 나치국가를 새롭게 읽어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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