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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관 설계한 건축가 민현준 “카리스마있는 건물 왜 없냐고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경복궁 앞에 새로 조성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는 이들은 필시 “건물이 좀 심심하다”고 입을 모을 듯하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처럼 한눈에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카리스마 있는 건물’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해 서울관을 디자인한 민현준(45)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개관하면 그런 반응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멋드러진 건물을 짓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서울관은 ‘무형의 미술관’을 지향했다. 즉 감춰진 듯한 ‘조용한 랜드마크’를 목표로 했다”고 했다. 

그 까닭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바로 건너에 조선 궁궐인 경복궁이 있고, 부지 내엔 등록문화재인 종친부가, 인근엔 북촌 한옥보존마을이 있어 무엇보다 ‘조화’를 고려해야 했던 것. 결국 건축가는 ‘배경음’ 같은 미술관을 지향한 셈이다.

지난 2010년 무려 118대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설계자로 위촉된 민 교수는 “이 자리에 만약 너무나 표정이 강한 ‘튀는 미술관’이 세워졌다면 어떠했겠는가. 경복궁, 한옥마을과 완전히 따로 놀았을 게다. 서울관은 마치 전부터 여기에 있었던 듯, 주변 건물들과 부드럽게 하모니를 이루길 바랐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주 출입구 옆 전시실 [사진=이상섭 기자]

민 교수는 또 건축물보다 ‘마당’이 더 도드라지도록 설계했다. 종친부 건물 앞의 넓다란 마당을 비롯해 모두 6개의 마당을 만들었다. 그는 “마당은 향후 조각들이 들어서면 야외 미술품전시장이 될 수도 있고, 이웃 주민과 서울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휴식처도 될 것”이라며 “마당을 통해 어떤 방향에서든 미술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즉 서울관은 건물 크기와 높낮이가 제각기 다른 미술관들을 곳곳에 배치시켜 마치 남해 앞바다의 섬들처럼 ‘군도형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서울관은 동선이 따로 없는 게 특징이다. 정문으로 입장해 아트숍으로 빠져나오게끔 동선이 정해진 기존 미술관들과는 달리, 관람객이 미술관 내에 섬처럼 흩어진 8개의 전시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찾아가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더없이 자유롭고 홀가분한 미술관인 셈이다.

민 교수는 “근대건축물인 옛 기무사 본관의 벽돌건물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신축건물의 외관에 따뜻한 느낌의 테라코타 타일을 부착했다. 테라코타를 조선 건축물의 기와처럼 살짝 기울게 처리한 것이 포인트다. 햇빛을 받으면 그 굴곡에서 살짝살짝 빛이 퍼질 것이다. 서울박스 옆의 층고가 높은 전시실 천장에, 색동 띠처럼 오색의 컬러 패널을 부착한 것이 이번 설계의 유일한 파격이다. 그 외에는 서울관의 주인공이 될 현대미술품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절제를 꾀했다”며 “앞으로 마당에 조각작품들이 자리잡고, 벤치며 각종 휴게시설이 설치되면 한결 따스하고 친근한 미술관이 될테니 많이들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관 개관은 11월13일이다. 

yrlee@heraldcorp.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도서관 옆 복도 [사진=이상섭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 [사진=이상섭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민현준 설계자 [사진=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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