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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지는 檢…손놓고 있던 靑 · 무력한 與가 화 키웠다
원세훈 선거법 위반 적용에 갈라진 檢
靑 조기수습없이 침묵…내부불신 증폭




“프로팀(검찰)에 아마추어(청와대)가 감독으로 앉아 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공멸하게 한 것 같다. 감독이 나서지 못하면 코치(새누리당)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코치가 제 역할도 모른 채 중구난방으로 떠들다 보니 이 지경까지 왔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두 지휘부의 난타 공방, 그리고 22일 조 지검장의 셀프 감사 요청을 두고 한 여권 관계자가 쏟아낸 관전평이다. 검찰 지휘부가 이례적으로 국감장에서 ‘외부 압력’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검찰 조직이 무너지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데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와대 안팎에선 “검찰에 발등이 찍혔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망쳐도 되냐”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할 말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한 청와대도 내부적으론 당혹감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검찰 조직이 이 정도로 형편없느냐”, “정쟁을 부추긴다”는 등 청와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스스로 화(禍)를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검찰이 양 갈래로 나뉠 당시부터 청와대가 검찰의 조직 안정에 대해 눈을 감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청와대의 스탠스가 되레 검찰 내부의 불신을 키우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증폭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참모들 역시 이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과 결재만 바라보다 보니 주도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몇몇 청와대 내 공안통 검사 출신이 되레 검찰 내 공안통과 특수통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해 “검찰의 중립성은 청와대가 보장해줘야 하는 동시에 검찰 스스로도 구축해나가야 하는데, 채동욱 파문부터 시작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진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이 실체적 진상을 밝히라고 해야 하는데, 공작정치로 오해받을까 봐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청와대의 ‘입’ 노릇만 자처하는 새누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많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한 데다 어설픈 수사 가이드성 발언만 내놓는 등 검찰 조직의 갈등을 오히려 양산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이 문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경우 바로 당사자로 지목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청와대보다는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며 “너무 오래 끌어 국민 관심이 떨어져 엮일 필요가 없다고 보겠지만 지금과 같이 남의 일로 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정권의 정당성도 세워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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