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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마다 달라지는 국회와 검찰의 ‘공생?’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는 ‘국회와 검찰의 공생’의 첫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거 검찰이 ‘정부ㆍ여당’의 편에 바짝 붙어 야당으로부터 ‘정치검찰’ 질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국감에선 ‘야당과 검찰 실무수사부’가 한몸을 이루고, ‘여당과 검찰 수뇌부’가 또다른 한몸을 구성하는 이색적인 장면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국감에서 맞붙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주장을 간략하면 윤 전 팀장은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고, 조 지검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윤 전 팀장의 주장에 대해, 조 지검장은 “검찰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이라 일축했다. 서울대 법대 동문의 ‘설전’은 전국에 생방송 됐다.

국감장에서 여당 의원들은 ‘지휘 체계를 거치지 않은 항명’ 사건이라며 윤 전 팀장을 비난했고 야당 의원들은 윤 전 팀장의 수사를 ‘강직한 검사의 정당한 수사’로 규정하고 조 지검장의 행태를 ‘수사 외압’이라 비판했다.

‘검찰과 야당’의 다소 특이한 동거는 최근 물러난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 역시 비슷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논란’에 대해 야당은 “청와대의 검찰총장 찍어내기”라며 채 전 총장을 옹호했고, 정부와 여당은 ‘부도덕한 인사’라며 채 전 총장의 퇴임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여당과 검찰’을 한묶음으로 보던 시각으론 해석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현재의 새누리당 역시 ‘참여정부’ 시절 야당으로선 드물게 검찰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던 적도 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을 서면으로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하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졌고, 당시 한나라당은 정치인인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했다며 김 전 총장의 ‘구속 수사 의지’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이란 중립적 조직을 두고 정치권은 자신들의 ‘유불리 셈법’에 따라 입장 ‘180도’ 바꾸기가 수시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 측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하게 만든 ‘원흉’을 검찰로 지목하고 검찰을 뿌리부터 바꿔놓겠다고 다짐하던 때와 비교해도 윤 전 팀장을 옹호하는 현재의 야당 모습과는 ‘앞뒤’가 안맞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입법 권력(국회)’과 ‘수사 권력(검찰)’의 부적절한 동거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민정부를 거쳐 수평적 정권 교체가 짧은 기간 동안 2차례에 걸쳐 일어나면서 정치가 사안을 풀지 못할 때 ‘고소ㆍ고발’전이 난무하고, 검찰 역시 수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국감장에서 ‘입법 권력’에 의지하는 묘한 형태의 동거가 현재의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또다른 시각에선 이같은 시대적 변화를 ‘권력 분화’의 단초로 읽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엔 ‘국가 권력’을 구성하던 기관들이 일사분란하게 ‘한몸’처럼 움직였다면, 이제는 ‘수사기관(검찰)’과 ‘정보기관(국가정보원)’ 등으로 분화됐고, 또다시 권력 기관 내에서도 실무진과 지도부가 다시 분화되는 ‘권력 민주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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