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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시즌, 의원님들 ‘노출(?)경쟁’
국민 대신해 정부 감시하는 국회 ‘최대 행사’ 국감…각 당마다 활약상 평가 예정에 의원들도 ‘한방’ 노려
언론사 영향력 따라 자료 배포
다양한 이슈 쏟아내는 ‘소총부대형’
치고 빠지는 ‘게릴라형’ 등 다양

국감성적 계량화로 보좌관도 ‘불안’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정보전’
일부선 대규모 물갈이설까지 돌아


#  “지면계획에 잡혔는데 인제 와서 못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국정 감사가 뜨겁지만, 국회 의원실과 기자실 사이엔 ‘단독자료’를 두고 또 다른 전쟁이 이어진다.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보좌관이 단독자료, 일명 ‘특종’을 주기로 했다가 의원실 결재 과정에서 “다른 곳에 주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 이 같은 분란은 여야 각 당에서 언론 매체의 영향력에 따라 기사 배점에 차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매체 기자에게 약속했던 특종 기사가 지상파방송사로 가는 배신이 비일비재하다. 의원실의 ‘매체 전략’도 당이 주관하는 기사 배점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형편이다.

#  ‘영감(보좌관들이 국회의원을 부르는 은어)’에게 잘 보이려는 보조관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자리를 보전하려는 보좌관들의 경쟁은 ‘생존의 몸부림’에 가깝다. 어떤 보좌관은 “초반에 큰 것 터뜨렸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하지만, 의원실 막내들은 “무게 있는 기관은 선임보좌관들이 다 가졌다. 망했다”며 푸념을 내놓기도 한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언론 노출경쟁이 선정성 이슈에 한건주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묵직한 정책보다는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자료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칼 있더라’… 명성 얻는 호기=국감은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는 국회 ‘최대 행사’다. 정부의 예산 낭비와 부적절한 감사, 정책 실패 등이 의원들의 입과 자료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지게 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감 활약상에 대해 의원들을 평가할 예정이어서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예년과 달리 날이 바짝 서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누리당은 국감 이후 ‘국감 우수의원상’을 주기로 했다. 각 상임위 수석이 의원들의 국감 자료와 국감 발언 등을 자세히 검토 분석한 다음 점수를 매겨서 당에 보고하면, 이를 기반으로 정책위 의장단 또는 당 지도부가 논의를 통해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해 상패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상임위 수석들이 매기는 ‘평가’에 가장 크게 배점은 바로 언론 ‘노출 빈도’인데, 언론사별 가점 배정 비중은 ‘극비’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사 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4시간 원내 투쟁’ 선언 후 열리는 첫 국감이라 새누리당보다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보좌관들이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의원 기사 좀 내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다반사다. 민주당은 상임위별로 점수를 매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10명인데, 이 가운데 1~10등의 순위를 매기는 식이다. 점수는 ‘기사 몇 개(정량)’ 식으로 이뤄진다. ‘파급력(정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국감 초기엔 “같이 발표하려던 것을 혼자 독식하는 것처럼 비쳐서야 되겠느냐”는 논란도 민주당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임위별 ‘등수’가 중요하게 여겨진 탓이다.

▶거포ㆍ소총수ㆍ게릴라… 형태도 다양=국감 1주일을 평가하면 ‘굵직한 정치 이슈’를 내놨던 야당 의원들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여당 의원들의 경우 정부 인사들을 불러 그들에게 ‘변론’ 기회를 주거나 야당의 지적을 반박하면서 ‘정부ㆍ여당’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큰 거 한방’을 노리는 의원과 다양한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소총부대형’, 치고 빠지는 ‘게릴라형’ 등 의원마다 다양한 방법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 14일 불거진 최대 정치 이슈는 ‘국가보훈처의 이념 편향 강연’ 논란이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된 이 문제는 당일 오후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일파만파’로 확장됐다. ‘사초 실종 논란’의 맞불 차원으로 우상호 의원이 제기한 ‘이명박정부, 수만건 문서 폐기’ 의혹은 국감 첫주를 장식한, 야당의 ‘최대 거포’로 평가된다.

새누리당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 지지율을 출렁거리게 할 만큼 큰 이슈였던 ‘기초연금안 발표’에 대해 새누리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탈퇴자가 늘었다는 최동익 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대응으로 기초연금안 관련 논의는 ‘탈퇴자 급증’이란 프레임에서 ‘탈퇴자 논란’으로 바뀌게 됐다.

‘소총수’ 활약상이 뛰어난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세제 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편중된다”, “부자 증세해야 복지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등의 주장을 국세청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치화해 설득력을 높였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롯데리아 철 수세미’ 등의 자료를 통해 국민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게릴라형 자료들도 넘치는데, 이들 의원실은 여러 자료를 하나로 묶어 기자들에게 ‘골라 먹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보좌관들은 생존경쟁=각 당에서 의원들의 성적으로 계량화하면서 보좌관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의원회관 안팎에선 국감 이후 보좌관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설’까지 돌면서 ‘흉흉’하다. 과거에는 국감 동안 고생했다면서 떡값이나 휴가를 주던 풍경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민주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설’이 자주 거론되는데 ‘근거’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의원회관실 관계자는 “의원실마다 ‘누구누구’ 이런 식으로 보좌관 이름이 의원 입에서 거명되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얘기가 돈다”며 “24시간 원내 투쟁 얘기를 꺼낸 민주당 측에서 점수를 제대로 못 받은 의원들의 ‘화(禍)’가 밑으로 떨어진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보좌관들로선 ‘밥줄’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모든 의원실은 ‘도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의원이 당일 오전 출근해 “짐 싸라” 한 마디면 오후엔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이 보좌관들의 운명이다.

반면 “별것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것이 보좌관의 운명이다. 때가 국감 끝이라 ‘국감 때문’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실제론 상당수 의원실 인원은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홍석희ㆍ조민선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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