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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백웅기> 국감보다 정쟁…낄틈없는 정책질의
21일 서울고검ㆍ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주제가 정해져 있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지난 17일 국정원 직원에 대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공소장 변경, 윤석렬 수사팀장의 업무배제로 긴박하게 이어진 수사 외압 논란이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축소 수사” “정상적인 업무”라면서 눈에 핏발을 세우고 맞섰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와 다르지 않았다. 정작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민생과 관련한 ‘소소한’ 정책질의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저격수만 있을 뿐, 정책통은 설 자리도 없었다.

이날 법사위 소속 A 의원은 범죄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야만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형사소송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A 의원은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사전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로 국정질의를 대신해야 했다.

A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국정원 댓글, NLL 대화록 실종과 관련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고 증인신문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차례도 안 온다”면서 “정책 질의를 하면 ‘한가한 소리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고개를 돌렸다. 국정감시를 위한 국감에서 수많은 정책질의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감장이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상임위는 비단 법사위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안전행정위 경찰청 국감에서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에 대한 여야 공방전이 펼쳐졌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선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정감사도 못 벌이고 증인 채택 문제로 날을 새우는 상임위도 여럿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야당 공세에 대한 응사(應射)가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렇다고 여당 의원들이 제대로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국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민생국감’ ‘정책국감’으로 선공(先攻)하면 어떨까. ‘정쟁없는 국감’을 선언했던 여야는 역시 구호만 외치는, 실행파일이 없는 하드웨어 껍데기였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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