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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과 파격의 정치... 빨강 보수, 파랑 진보


정치와 이미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선거 때 선명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정당이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이끈다. 그중 ‘색(色)’은 가장 강력한 상징이며 기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노란색 물결 덕을 톡톡히 봤고, 박근혜 대통령은 빨간색 목도리, 빨간 운동화, 빨간 털모자 등이 주는 따뜻한 이미지를 차용했다. 정당은 위기의 순간마다 겉포장지(당색)를 바꿔가며 재미를 보기도 했다.

▶빨갱이(공산당) 잡자던 보수정당, 빨간색의 파격 채택=보수정당의 전통적인 색은 파란색이었다. 1981년 민주정의당<그래픽 1 참조>시절부터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까지 이어온 보수정당의 상징색이었다. 파란색이 주는 원칙과 신뢰, 안정의 이미지가 보수의 지향점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빨간색으로 탈색했다. 당색채를 과감하게 교체한 것은 당시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당은 선거에 패배하거나 부정부패, 비리가 불거졌을 때 어김없이 당명과 로고 등 겉 포장지를 교체하면서, 민심을 되돌리려 애썼다.

진보가 혁명, 변화, 진취의 이미지로 차용해온 빨강색을 택한 건 파격이었다. 당시 당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의원들조차 의정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의 색채와 로고를 빼는 등 안간힘을 쓸 때 강구한 고육지책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로고를 기획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빨간색은 열정을 상징하고 하얀색은 백의 민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보수색을 벗어던진다는 파격 탓에, 당 색채를 교체하기까진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레드는 서양에서 귀족적 색깔인데 서민을 대변하면서 귀족색을 사용하면 비판받는다”, “상징색이 통합진보당과 구별되지 않아 재고해야 한다”등의 갖은 불만이 쏟아졌으나, 결국 새누리당은 빨간색 물결이 넘실대는 지난 총ㆍ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당 색채가 첫인상이라면, 로고는 보다 복합적인 당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새누리당의 로고 모양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미소를 상징하는 입술모양을 그렸다. 옆으로보면 귀 모양 같은데, 이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서체 또한 기존 보수 정당의 올드한 스타일을 벗고, 현대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표방했다.

▶민주당은 보수정당의 파란색 채택=그동안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란색과 녹색을 조합해 사용했다. 1987년 평화민주당<그래픽2 참조>과 새정치국민회의는 노란색이 당색이었고, 새천년민주당은 녹색, 열린우리당은 노란색, 이후 통합민주당과 민주당은 녹색을 채택했다. 2011년 12월 재창당된 민주통합당은 노란색을 메인색으로, 초록색을 보조색으로 활용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최근 당 상징색을 녹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민주당이 당색을 보수정당의 전통색인 파란색으로 정한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진보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차용하며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데 이어, 민주당도 보수정당의 전통색을 차용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노란색이 주는 친노(親盧)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했다. 게다가 노란색은 대선 총선에서 사용했다가 패배한 색깔이었다. 하지만 친노진영에선 “노란색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사용해서 (성공한)색깔인데 왜 바꾸려 하느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란색을 활용했고,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이 제1야당이 되었을 때는 ‘황색 바람’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하자, 노란 물결이 넘실댔다고 했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당의 새 상징은 국민과 함께 변화와 희망의 시대로 가겠다는 약속과 서민·중산층의 벗이 되겠다는 다짐,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나침반이 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새 로고는 청색의 사각형 테두리에 작은 삼각형을 그려넣었다. 삼각형은 민주당이 지향하는 3대 가치인 민주, 민생, 평화를 의미한다. 서체는 명조체를 택함으로서, 정당의 가장 기본인 ‘아래'(밑바닥 민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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