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귀성표 없다고? 그럼 KTX그냥타, 얌체같지만"
지난 27일 새벽, 컴퓨터를 키고 추석 열차표를 예매하려던 많은 사람들은 모니터에 나타난 대기숫자에 한숨만 내쉬었다. 1만은 애교요, 100만번 째 대기 숫자를 봤다는 사람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추석 연휴 열차표는 말 그대로 ‘신이 주신 로또’ 보다 더 귀한 존재다.

그러나 이런 순진한 고객들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무임승차’족이다. 이들은 표도 없이 당당하게 집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 출발 후 역무원에게 표를 산다. 고객 편의를 위해 열차내 발매도 가능토록 한 코레일의 호의를 역이용하는 얌체족인 셈이다.

추석 연휴 첫 날인 18일, 부산 고향집에 내려가는 A씨는 일찌감치 서울역에 도착했다. A에게 열차표는 없었지만 검표를 생략한 최신 탑승구를 유유히 들어가, 부산행 KTX에 올랐다.

이후 A씨는 지나가던 승무원에게 자신의 무임승차 사실을 떳떳하게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승무원은 부산까지 입석표를 즉시 발급해줬다. 결국 A씨는 표 예매 전쟁도 치루지 않고 부산까지 여유있게 내려갈 수 있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팁을 공유하는 ‘무임승차’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그냥 타고 역무원을 찾아가서 입석으로 끊어달라면 간이 영수증 티켓을 발행해 준다”며 “매진이 뜨더라도 인원 제한을 넘어 발권이 가능하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부산까지 가야하는데 KTX가 매진이라, 우선 광명까지 가는 입석표만 끊고 나중에 추가 결재했다”며 “비용은 사전에 끊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많게는 50배까지 부과될 수 있는 벌과금은 이들에게 ‘사문화된 규정’에 불과했다. A씨는 “원래 무임승차는 추가운임으로 50배를 받는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냥 입석 끊어주고 정리하는 것 같다”며 “어떨 때는 역무원이 이렇게 가라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레일이 최근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철도 무임승차는 모두 90만4966건이 적발됐고, 벌금으로 143억4400만원이 부과됐다.

코레일은 무임승차 원인으로 고의 무임승차, 타인의 정기승차권 부정사용, 유효기간 경과 등을 꼽았다. 그러나 무임승차자에게 0.5배에서 10배에 달하는 부가운임을 징수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10배에 달하는 부가운임을 징수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은 “철도공사가 열차 무임승차 및 정기승차권 부정사용 등에 대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열차 무임승차는 여전히 줄지 않는 실정이다”며 “현행 유료도로법과 같이 통행료 미납시 강제징수를 위해 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처분 예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