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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베토벤 현악4중주 14번, 그리고 ‘박근혜-김한길’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각 악장이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들은 중간에 쉬어선 안 돼. 그런데 이렇게 쉼 없이 오래 연주하면 각 악기들의 음률이 서로 어긋나게 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연주를 멈춰야 할까? 아니면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춰 가야만 할까?”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서 첼리스트 피터가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했던 곡으로 꼽힌다는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 7악장을 쉬지 않고 40분 가량 연주해야 하는 독특한 공식이 적용되는 곡이다. 일반적으로 현악4중주는 4악장으로 구성돼 악장과 악장 사이마다 휴식이나 악기 조율이 가능하지만, 이 곡은 음이 어긋나고 하모니가 엉클어져도 7악장이 쉼 없이 연주돼야 한다. 이 때문에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난이도가 무척 높은 곡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든다. 그래서 ‘불협화음’이 나면 나는대로 연주를 하거나, 또는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연주자가 서로에게 맞춰가야 한다. 곡의 완성도는 ‘연주자’와 ‘연주자’의 관계에 달려있다. 

<사진설명>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랑채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강창희 국회의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90분간 ‘3자 회담’은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서로 할 말만 하다보니 냉기만 가득했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모두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17일도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불협화음이 나면 나는 대로 그대로 간다”라는 태도다.

영화에서 파킨슨 병 초기 진단을 받은 피터는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다가 마지막 7악장을 앞두고 음악을 멈춘다. 그리고 음악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 다음 연주자를 소개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모두에게 묻고 싶다. ‘언젠가는 화음이 맞춰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잠시 서로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쉼’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서로의 ‘불협화음’을 견뎌야만하는 당사자는 그토록 그들이 사랑한다는 ‘국민’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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