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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DSR이다>이토 도요 “공동체와 괴리된 서구 디자인은 한계”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이토 도요는 지난 2011년 벌어진 동일본 대지진 후 후배 건축가들과 함께 하는 재해지역 재생 프로젝트인 ‘모두의 집(Home-For-All)’을 이끌고 있다. 이는 재해 지역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적극 사용해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지어 주는 작업이다.

건축, 디자인에서 사람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토 도요 건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현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지난 3월 건축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프리커츠상을 수상한 이토 도요는 오는 10월 열리는 ‘헤럴드디자인위크2013(Herald Design Week 2013)’ 참석에 앞서 헤럴드경제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건축과 디자인이 사람, 공동체를 담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건축과 도시의 미래를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도 일갈했다. 기술에 의존한 채 자연과 건축물 사이에 ‘깊은 우물’을 패고 개인과 사회와 괴리된 서구식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한국은 일본에 부족한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지진과 쓰나미 피해와 관련해서는 “이는 사회와 괴리된 모더니즘의 폐혜인데, 이같은 재해 지역을 방문해 건축의 기본적인 책임이 무엇인가 다시 깨닫고 ‘공동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뇌했음을 엿보게 했다.

이토 도요 인물사진. 요시아키 츠츠이(Yoshiaki Tustusi) 작(作).

- 당신의 건축과 디자인은 매우 창조적이다. 창조적 에너지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로운 영감을 얻는 비법이 있다면.

▶나는 작품을 새로 창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건축 형태에 도전한다. 건축물들은 대부분 너무 정형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 건물일 경우 그 건물의 기능이 사회와 전혀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건축과 커뮤니티와의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사회가 변화하는 동향과 시대의 흐름을 잘 인지해야 한다. 나의 작품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인터뷰 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 당신에게 건축이 가지는 의미는.

▶건축의 우선순위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지못한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건축은 사람들에게 편안함, 자유, 안락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당신은 건축이 사회를 발전시킬 잠재력을 지녔다고 했다. 여기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건축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클라이언트는 물론 내 건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창조의 과정에 개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디자인으로 대중을 사로잡기 보다는 대중이 참여하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

-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른 꿈이 있었나.

▶어쩌다보니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사실 어릴 적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건축가 키요노리 키쿠타케(Kiyonori Kikutake)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는 데 그때 그의 날카로운 감각과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서 나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경험하며 많은 감명을 얻었다. 그 때부터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 당신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가.

▶아버지가 서울에서 일했기 때문에 1941년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게 됐고 2살 때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부모님의 대화 내용을 제외한 한국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한국은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다. 일본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 한국 건축에 대한 당신의 느낌은 어떤가. 한국의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최문규 씨의 쌈지길 같은 공간이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또한 김수근 씨가 창조한 쌈지길과 같은 공간도 매우 역동적이라고 느꼈다. 서양의 모더니스트 건축들은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돼있어 일정 기준 이상의 어떤 것을 이루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제 그야말로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건축과 도시의 미래를 찾아야 하는 시기다. 해법은 자연에 대한 열린 구조를 통해 찾을 수 있다.

-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당신의 건축과 디자인이 화제가 됐다. 건축과 디자인이 수행해야 하는 사회적 의무는 무엇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사회와 괴리된 모더니즘의 폐혜다. 나는 이러한 재해 지역을 방문해 건축의 기본적인 책임이 무엇인가 다시 깨닫고 ‘공동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이런 중요한 가치들을 고려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건축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

airinsa@heraldcorp.com

▶이토 도요 프로필

▷1941년 서울 출생

▷1986년 일본건축학회 작품상

▷1997년 제8회 불가리아 소피아 트리엔날레 그랑프리

▷1999년 제55회 일본예술원상

▷2001년 일본 굿디자인상

▷2004년 황금콤파스상

▷2006년 왕립건축가협회 금메달

▷2013년 프리커츠상

<경력>

▷1971년~ 이토 토요 건축설계사무소 대표이사

▷1991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건축학부 객원교수

▷2002년 타마미술대학교 미술학부 객원교수

▷2005년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커미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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