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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채동욱 사퇴, ‘野당이 이뻐하면 짤린다 입증?’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오래도록 내려오는 ‘야당이 이뻐하면 짤린다’는 공식이 재조명 받고 있다. 채 총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가 ‘추천’한 인사로, 정권 교체기 검찰 총장의 운명은 ‘비운’으로 마감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입증되게 됐다. ‘혼외 아들’ 논란은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커졌다.

채 총장은 이날 오후 “저는 오늘 검찰총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고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채 총장은 그러나 일부 언론의 ‘혼외 아들’ 사실과 관련해선 “저의 신상에 관한 모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한번 분명히 밝혀둔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로써 채 총장은 5년 단임 검찰총장으로 남게됐다. 그의 남은 임기는 19개월이다.

채 총장의 이날 사퇴는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 발표가 있은지 불과 30여분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총장에 대해 감찰 의사를 밝힌 것은 밝힌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14일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주일 전께 채 총장을 만나 사퇴를 권유했다는 의혹도 불거지면서 ‘또다른 검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채 총장의 별명은 ‘파도미’였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 의원들은 고위 공직자들의 ‘뒤’를 캐는데 채 총장에 대해서만큼은 야당 의원들조차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검사잡는 의원’으로 유명한 박영선 법사위원장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자주 채 총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전두환 추징금 몰수 잘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채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서영교 의원도 “검찰 조직 내 신망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 전했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된 첫 총장이었다. 전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검찰 총장 후보자를 3명으로 추렸고, 이들 가운데 한명인 채 총장을 박근혜 정부가 ‘낙점’한 것이다. 때문에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은 ‘비운’으로 마감된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가 임명한 김각영 전 총장은 2004년 3월 노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고,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수장 임채진 전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노 전대통령이 수사 도중 서거하면서 수사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내정했던 채 총장까지 정권이 바뀐 뒤 ‘사의’를 표하면서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의 운명은 숙명적으로 ‘비운’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채 총장은 ‘원세훈·김용판’을 기소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거센 견제를 받은 바 있다.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교체된 것 역시 ‘검찰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채 총장의 사퇴로 서초동 일대에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공소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주도했던 ‘바람 막이’ 채 총장이 사퇴하면서 재판을 담당하던 검사는 물론 법원까지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서초동 관계자는 “채 총장이 좀 더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이 법원 내에서조차 있었다”며 “원·판에 대해 법원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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