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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실도 없고 뒷거래도 없고…‘정치 내공’ 팽팽한 기싸움 예고
朴대통령 vs 김한길 대표…역대 영수회담과 차이점은
너무 다른 의제 시각차 접전 불보듯
역대 ‘통큰 한방’ 보다 이견 확인 대부분

국회서 만남 사실상 온 국민에 생중계
공방 가열땐 국론 분열 단초제공 우려


#1. 1975년 5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은 김영삼 신민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갖는다. 물론 이전에도 박 대통령은 몇 차례 영수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이때 영수회담은 1974년 출범한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이 심했던 때라서 의미가 크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때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안보를 위해 유신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YS는 안보위협이 완화되면 유신헌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영부인대행으로 청와대 안살림을 맡고 있었다.

#2. 2005년 9월 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갖는다. 탄핵역풍 덕에 당시 열린우리당이 거대 여당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끈질긴 반대로 정책동력이 떨어지자 여야를 아우르는 ‘대연정’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택한 게 영수회담이었다. 회담 후 공개된 대화록을 보면 두 영수 간 뚜렷한 입장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38년 전에는 청와대 안주인으로, 8년 전에는 야당 대표로 영수회담을 겪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첫 영수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좀 다르다. 박 대통령이 경험한 지난 두 차례 영수회담이 최고 권력을 다투는 ‘숙명의 라이벌’ 간 회담이었다면, 이번엔 ‘국정 파트너’간 회담이다.

또 한 가지는 의제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의제를 우선 내세운다는 차이점도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정상화를, 야당은 국정 정상화가 의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8차례 영수회담 주제는 ‘남북 정상회담’ ‘의약 분업’ ‘언론사 세무조사’ 등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 수용을 설득키 위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2007년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를 논의키 위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양자회담이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재임 첫해 한ㆍ미 FTA 조기 비준을 약속받기 위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협조를 위해 직접 국회를 찾아 박희태 국회의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을 갖기도 했다.

과거 영수회담을 돌아보면 성과는 엇갈렸다. ‘통큰 한방’으로 꼬인 정국이 해결된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견만을 확인한 채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

역대 영수회담은 모두 청와대에서 열렸고, ‘비밀 회동’이나 ‘뒷거래’에 가까웠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이던 1997년 노태우 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20억원의 정치자금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의 영수회담은 예전 같은 뒷거래 성격은 많이 줄었지만, 대부분 그 성과가 신통찮았다.

하지만 이번 영수회담은 장소가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된 점, 회담이 사실상 생중계되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단에게 G20(주요 20개국) 회의와 베트남 방문 성과를 직접 방문해 설명하고, 국정에 대한 협조를 구한 후 영수회담이 이뤄진다. 야당이 대통령을 매몰차게 대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그만큼 대통령으로서는 국회의 든든한 지원을 얻어낼 확률이 높다.

특히 공개 영수회담인 점은 대통령과 야당 당수에게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회담 성패에 대한 국민들의 ‘판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대승적으로 합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진다면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영수회담 당시 박 대통령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어조로 달변으로 유명한 노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를 모두 물리쳤다. 작가 출신인 김한길 대표는 꼭 20년 전인 1993년 방송 MC로서 ‘작가 박근혜’를 인터뷰했던 능변(能辯)이다. 팽팽한 접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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