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늘었지만 증세는 아니다’는 ‘창조적 해명’은 ‘박근혜정부 버전’이다. 애매모호한 ‘창조경제’대신 ‘창조증세’만 보인다는 푸념이 월급쟁이들 사이 나돈다.
‘박근혜정부’의 지난해 대선 공약은 ‘증세는 없다’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14조원), 서민주거 안정(37조원) 등 5년간 135조원가량이 필요한 복지 공약을 약속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세출 절약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정 강화 ▷복지행정 개혁 ▷공공부문 개혁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던 박근혜정부가 꺼낸 첫 세제개편안은 ‘봉급쟁이 지갑털기’로 요약된다. ‘걷기 쉬운’ 월급쟁이들의 봉급 털기가 ‘증세는 없다던 정부’의 세금 걷는 방법인 셈이다.
정부가 꺼낸 중산층의 기준은 ‘3450만원’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중위 소득(4200만원)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본다. 50%라면 연소득이 2100만원, 150%로 치면 5300만원가량이다. ‘3450만원’을 정부가 우리나라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을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5일 금융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가계부채는 곧 각 가정이 매달 지불해야 하는 이자부담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돈을 벌더라도 쓸 수 있는 돈(가처분 소득)이 적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보유 자산, 자녀 교육을 일정 기간 이상 담당할 수 있는 수준 등은 중산층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각 가정에 주던 ‘세제 혜택’이 줄면 가계 상황은 더 나빠질밖에 없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9일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다”고 했고 “아무래도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냐”, “부탁하고 읍소 드린다”고도 했다. 조 수석의 ‘읍소’를 유리지갑’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의사 변호사 등 탈루액이 많은 고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
중산층 복원 역시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다. 최후의 보루로 노후 대비를 하겠다면서 매월 한푼 두푼 불입하는 연금저축과 보장성보험도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대상자는 연소득 1200만원부터다. 봉급생활자들은 “중산층에 대한 지원대책은 없고, 사다리를 걷어치우고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