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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저도의 추억, ‘저도 실장’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지에서 정국에 대한 숙고가 많았다. ‘청남대 구상’이니, ‘청해대 구상’이니 하는 말들도 이 때문에 비롯됐다. 얼마전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여름휴가 사진에는,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글씨를 쓰는 장면도 담겨 있다. 휴가 후 전격적으로 청와대 인사를 단행했으니, ‘저도 구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저도의 인연은 남다르다. 올 해는 저도에 청해대가 생긴지 꼭 40년이 된다.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저도를 찾기 전만 해도 변변한 숙박시설도 없었다. 이 해에 저도에 숙박시설이 갖춰지고, 이듬해인 1973년 부속건물과 골프장 등이 갖춰지면서 ‘청해대’로 이름붙여진다. 박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 서거 뒤인 1975년에도 이곳을 찾아 “아내와 함께 거닐던 곳에 혼자 와 보니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는 시 한 수를 남긴다. 박 대통령도 부모님과 함께 찾았던 때를 기억하며 ‘저도의 추억’을 쓴 듯 하다.

저도에서 불과 이십여리 떨어진 곳이 거제도 외포리인데, 5일 임명된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고향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모두 장목면, 같은 동네라 할 수도 있다. 김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육 여사와의 인연도 남다르니, 박 대통령은 손으로 ‘저도의 추억’을 쓰면서, 마음 속으로는 저도에서 멀지 않은 곳 출신인 ‘대통령실장 김기춘’을 적었을 법도 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군사정권 때 검사로 승승장구하던 김 실장은 문민정부인 김영삼 대통령(YS) 시절 ‘이회창 인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 실장과 YS는 모두 거제가 고향이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유명해진 말이 “우리가 남이가”인데, 따지고 보면 정말 김 실장과 YS는 남이 아닌 ‘이웃 사촌’인 셈이다. 저도를 만든 대통령에 발탁되고, 저도가 속한 거제가 고향인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김 실장, 이번엔 30여년 만에 저도를 찾은 첫 여성대통령의 낙점까지 받았다. 이쯤되면 ‘저도 실장’이란 별칭도 꽤 어울릴 듯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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