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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이명찬> 아베 정권의 수준이 ‘일본의 민도’ 인가
아소 다로 부총리는 헌법개정과 관련해 독일 나치정권을 운운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한·일축구경기 시 내건 현수막에 대해 ‘한국의 민도’를 언급했다. 실망스럽다 못해 우리를 분노케 하는 말들이다.


요즈음 일본이 한참 낯설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 각료들의 역사인식은 참으로 기괴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헌법개정과 관련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정권을 운운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한ㆍ일축구경기 시 내건 현수막에 대해 ‘한국의 민도’를 언급했다. 실망스럽다 못해 우리를 분노케 하는 말들이다.

특히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현실적으로 헌법개정이 국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은근슬쩍 헌법을 개정하는 수법을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뒤에 헌법개정의 방법론에 방점을 둔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전범인 독일 나치정권이 사용한 수법을 예로 든 것은 한 나라의 부총리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다.

아소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과 중국의 즉각적인 비판을 불러 온 것은 물론,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사이먼 위젠탈 센터’(본부 로스앤젤레스)가 항의하는 상황까지 파장이 커졌다.

심지어 일본 국내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야당인 민주당의 오하타 아키히로(大畠章宏) 간사장도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나치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익을 해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사민당 역시 발언의 철회와 의원직 사퇴 등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결국 아소 부총리는 사흘 후인 1일, 자신의 나치 정권 관련 발언에 대해 “나의 진의와는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켜 유감이며 나치 정권을 예로 든 것을 철회한다”고 물러섰다. 더 이상의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발언을 철회한 것이다.

아소 부총리가 평소 망언을 일삼아 온 정치가고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 나치 운운 발언은 세계를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정치가가 여전히 일본 국민의 선택을 받아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의 민도(民度ㆍ국민의 수준)’를 의심케 한다.

사실 ‘민도’를 먼저 문제 삼은 쪽은 일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한ㆍ일전에서 나온 ‘붉은 악마’ 응원단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내용의 대형 펼침막에 일본이 발끈한 게 출발이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 등 주변국을 배려하지 않는 언행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축구 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 장관까지 나서서 “민도가 문제다”라며 한국을 폄하한 것은 일본 정치인들의 수준을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대한축구협회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보낸 공문에서 밝혔듯이, 일본 응원단이 대한민국 수도 한가운데에서 대형 욱일승천기로 응원한 사실은 철저히 외면한 게 일본이다. 자신의 허물은 감추고, 상대의 행위만을 부각시키는 태도 역시 결코 수준 높다고 하기 어렵다.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었던 욱일승천기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몰랐다면 각료로서의 수준 미달이며, 알고도 ‘한국의 민도’를 운운했다면 악의적인 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

8ㆍ15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 깊은 날이다. 아베 정권의 한심한 역사 인식이 ‘일본의 민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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