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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이해찬 국무총리…3·1절 라운딩으로 끝내 사퇴…2001년 北상선 영해침범때…골프쳤던 軍수뇌부 엄중경고
골프로 된서리 맞은 공직자들
‘금지→해금→금지’라는 질긴 역사만큼이나 공직사회의 골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골프를 쳤다는 원죄(?)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난 공직자는 물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들도 많았다. 특히 군 장성의 골프는 여느 시대를 막론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선 숨고, 또 반대쪽에선 어떻게든 잡으려는 술래잡기도 반복했다. 최근에는 ‘복면 골퍼’는 십중팔구는 공직자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골프가 고위 공직자의 무덤이 된 것은 노무현정부 시절이다. 2005년 당시 이헌재 부총리가 3ㆍ1절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국회의원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이 부총리는 앞서 2004년 7월 경기를 살린다며 허가를 기다리고 있던 230개 골프장을 넉 달 안에 일괄적으로 심사해서 매듭을 짓겠다고 다짐하는 이른바 ‘골프장 경기부양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골프 구설수에 올라 끝내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총리는 2005년 4월 5일 식목일 당일 총리실 및 국무조정실 간부들과 골프를 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날은 공교롭게 강원도 양양에 대규모 산불이 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전 총리는 다음해인 2006년엔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는다. 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이날 부산 지역 유지들과 골프라운딩이 알려지면서 야당과 여론의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엔 총리를 사임해야 했다.

군 장성은 단골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골프에서 만큼은 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군 장성의 골프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2001년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당시 군 수뇌부가 골프를 친 것을 놓고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국방장관, 합참의장, 해군총장 등 수뇌부가 북한상선이 영해를 침범해 작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휘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계속한 것은 국방을 책임진 고위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없고, 국민정서에도 배치되는 행동이었다”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등 3명에 대해 경고조치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선 지난 3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던 당시 현역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발각된 게 골프 금지령의 발단이 됐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질책한 바 있다.

여론의 뭇매와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골프는 끊으려야 끊기 힘든 ‘유혹’이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차는 절대 가져가지 않고 ▷경부고속도로 서울 양재동 만남의 광장, 중부고속도로 경기 하남 만남의 광장, 경기 분당의 한 주차장에서 차를 바꿔 타고 ▷라운딩 명단과 골프백에 가명을 쓰고 ▷햇볕가리개용 복면으로 위장을 하는 등 ‘몰래 골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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