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는 새누리당, 지리멸렬하는 민주당. 최근 정국의 요약이다.
국정원 대선 댓글의혹, 대선기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으로 정국 주도권을 쥘 뻔했던 민주당이 잇단 설화(舌禍)와 국가기록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이어 국정원 국정조사에서까지 무기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 분열까지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새누리당은 25일 ‘사초 실종 논란’과 관련, 단독 검찰 고발을 강행했다. 고발장에서 새누리당은 피고발인 항목을 ‘성명불상’으로 남겨뒀다. 문재인 의원 등을 적시하지 않은 것은 ‘정쟁을 그만두자’는 명분은 살리면서, 민주당이 피고발인 항목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재해 역고발하는 ‘역공’을 차단하려는 이중포석이란 분석이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당일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속한 결정이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손발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나. 지도부는 힘이 없고, 문재인 의원의 발표에는 알맹이가 없다”며 “우리가 가서 이건 아니라고 가르쳐주고 싶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단독 검찰 고발에 대해 배재정 대변인이 나서 “대통령기록물을 보관치 않은 것은 통치행위”라며 발끈했다가 논란이 일자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꼬리를 내렸다. ‘귀태(鬼胎) 발언’ 논란으로 원내대변인 직을 사임해야 했던 홍익표 의원의 설화 사건으로 당 전체가 체면을 구긴 지 불과 2주 만이다.
26일 국정원 국조특위의 국정원 기관보고는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뇌사(腦死)’상태임을 극명히 드러냈다.
회의 공개를 주장한 민주당은 비공개 여부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상의 단순논리에 집착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법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등까지 동원하며 공개를 거부했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야당 의원만 참석한 특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 국정원장을 출석시키거나 증언을 강제할 법적 방법은 없다. 특위 공개 주장을 관철하지 못한 채 또 새누리당에 끌려가게 된 민주당으로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셈이다.
새누리당 앞에서는 무기력한 민주당이지만, 당내 계파싸움만큼은 치열하다. 25일에는 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이 지난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의 정계 은퇴를 종용했고, 이에 친문(親文) 의원들은 “(조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하려나 보다”며 비아냥댔다. 싸움을 말려야 할 당 지도부는 “(조 의원을) 만류했는데도”라며 통제력 상실을 인정했다.
홍석희ㆍ조민선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