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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형 콘텐츠’에 美 객석 들썩들썩
영화 ‘과속스캔들’개작 미국형 뮤지컬 ‘스핀’현지 반응은…
언어·문화차이 팝음악·가족애로 극복
페북에 “공연 좋았다” 관극평 쇄도
브로드웨이 겨냥…한국공연도 추진중


“요즘 새로운 미국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약간 ‘서울’적인 것을 가미해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주말판 예술(Arts) 면에 한국 영화 ‘과속스캔들’ 원작 뮤지컬 ‘스핀(Spin·사진)’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후한 평가를 달았다.

2008년 개봉해 830만명을 동원한 흥행 영화 ‘과속스캔들’을 뮤지컬로 개작한 ‘스핀’은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오는 27일까지 석 주 동안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 인근 알링턴의 시그니처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정식 상업 무대로 진출하기 전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공연이다. 배우들이 대본 연기만 하는 리딩 공연과 달리 무대와 조명을 갖추고 일반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는 자리로, 제작사는 일반 관객의 반응을 살펴 작품을 보완할 수 있고 관객은 보통 티켓 가격보다 훨씬 싼 30달러만 내고 감상할 수 있다.

무비컬(무비와 뮤지컬을 합친 조어로 영화 원작 뮤지컬) ‘스핀’은 한국의 프로듀서(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와 캐나다 출신 작가 겸 작곡가 콤비 브라이언 힐과 닐 바트람이 의기투합해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에서 먼저 선보이는 공연이다. 


셋의 만남은 2009년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거슬러 오른다. 브라이언 힐이 대본을 쓰고, 닐 바트람이 작곡한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사흘 만에 막을 내려 흥행에 참패했지만 2011년 한국에선 7개월간 롱런을 기록했다. 당시 라이선스를 들여 와 성공시킨 신 대표가 둘에게 ‘과속스캔들’ 뮤지컬화를 제안했고, 둘은 영어판 대본 초안과 음악을 만들어 연출가인 에릭 셰퍼에게 보냈다. 셰퍼의 참여로 뮤지컬 제작은 급물살을 타 지난해 9월 워싱턴DC 시그니처시어터에서 리딩 공연을 거쳤고, 공연계 관계자들로부터 ‘재미있는 작품’ ‘환상적 공연, 음악도 뛰어나고 이야기도 멋지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스핀’은 ‘과속스캔들’의 큰 줄거리에 미국 문화에 맞춰 설정이 살짝 바뀌었다. 원작 영화는 한때 잘나가던 아이돌 스타이지만 지금은 라디오 DJ를 하는 삼십대 중반의 현수(차태현 분)가 어느 날 느닷없이 딸과 손자를 주장하며 찾아온 황정남(박보영 분), 황기동(왕석현 분)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가족애를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스핀’에서 주인공 에번 피터슨은 보이밴드 출신으로, 지금은 ‘아메리칸아이돌’ 같은 TV 오디션 토크쇼를 진행하는 35세 미혼 남성으로 설정됐다. 딸인 마칼로는 22세, 손자 제시는 6세다. 영화 속 ‘속도위반’ 임신, 특히 혼외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스핀’에선 한꺼풀 걷어졌다. 영어 직역의 ‘스피디 스캔들(Speedy Scandal)’이 어색해 돌고 돈다는 뜻의 ‘스핀’이 제목으로 확정됐다.

북미와 극동아시아 두 문화권에서 동시에 공감한 코드는 팝문화와 가족애다. 보이밴드라는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딸인 마칼로가 오디션에 참여한다. 코믹한 대사, 가족 간의 갈등 구조, 주인공이 차츰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한다는 결말이 같다.

신 대표는 ‘스핀’의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시그니처시어터 페이스북에 ‘스핀’ 공연이 좋았다는 관극평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관객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선 영화 ‘싱글즈’와 ‘미녀는 괴로워’가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고, ‘싱글즈’는 일본에서도 공연해 한류 뮤지컬로도 자리 잡았다. 브로드웨이에선 ‘토요일 밤의 열기’ ‘라이언 킹’ ‘빌리 엘리어트’ 등이 크게 성공한 무비컬로 손꼽힌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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