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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자 이덕일 “왕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한국사에서는 주로 왕을 중심으로 한 군주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왕은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를 돕는 참모가 절대적인 역할을 발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참모들이 왕 또는 권력자를 도와 새 국가를 세우거나 정책을 통해 시대를 변화시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참모는 군주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존재이며 때로는 권력자의 역할을 넘어서는 순간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에 착안해 <왕과 나>라는 책을 통해 한국사를 참모사의 관점으로 서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크게 왕을 만든 킹메이커와 정책으로 보좌한 참모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킹메이커는 단순히 왕을 도와 개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뿐 아니라 왕을 낳은 여인들, 자신의 능력으로 왕을 만들었던 사람까지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다.

또한 민생을 안정시키거나 왕실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때론 국가의 흥망을 걸고 좋은 정책으로 왕을 도운 사람들을 비롯해 실력과 노력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 등은 참모의 영역에 포함된다.

그밖에 킹메이커와 참모의 역할은 했지만 비전을 잃고 권력만을 추구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넘어섰다가 비극을 맞은 인물들까지 다루면서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를 통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왕을 만든 인물 14인의 활약 외에도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인생의 비전과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핵심 코드 또한 함께 읽을 수 있다.

삼국통일이라는 ‘어젠다’로 신라를 이끈 김유신은 가야계 출신으로 신라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비주류였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몰락한 왕족 출신 김춘추를 왕으로 만드는 길을 택하면서 주류사회를 뒤엎을 기회를 잡았고, 통일신라의 기틀을 마련했다.

궁예의 일개 신하에 불과했던 왕건을 왕으로 추대한 네 명의 공신 신숭겸, 배현경, 복지겸, 홍유는 고려 건국 후에도 ‘헌신’으로 왕을 지켰다. 논공행상에 휘말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은 후에 태조 왕건의 묘에 배향되는 드문 기록을 남겼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고 온조를 백제의 왕으로 만든 소서노는 넓은 ‘시야’를 가진 지혜로운 여인으로, 기존의 기득권에 안주해 현실을 보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좋은 사례다.

한국사에서 군주와 참모가 동등한 위치에 서서 건국을 시도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정도전은 혁명 ‘사상’으로 이성계를 왕으로 이끈 참모였다. 그는 이성계를 개국 군주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인수대비는 권력을 향한 ‘맹목’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 군주를 보좌해 왕위에 올렸지만 결국 욕심이 지나쳐 왕의 ‘역린’을 건드린 홍국영은 군주의 신임을 역으로 이용해 대의가 아닌 자신의 이익과 미래를 추구하다 귀양 생활로 생을 마감한 케이스다.

이처럼 각 핵심코드에 맞춘 참모들의 역할과 활약상을 통해 현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처세술을 터득하고 자신의 위치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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