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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소마미술관 ‘Power & Beauty’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설립한 서울 방이동의 소마미술관(명예관장 장화진)이 88서울올림픽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타이틀로 개막한 소마미술관의 이번 기획전은 인간의 물리적 능력인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 창조력, 상상력을 포괄하는 ‘힘’이란 개념을 성찰한 전시다. 이로써 예술에 있어 창조적 상상력이 인간을 어떻게 고양시킬 수 있는지 현대미술을 통해 되짚어본 자리가 됐다.

미술관 측은 스포츠의 다이나믹한 활력과 인간의 상상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상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작가 15명(팀)을 초청했다.

소마미술관 전관과 야외 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면면은 제법 화려하다. 작고 작가인 백남준을 필두로 강애란, 고명근, 김신일, 서도호, 성동훈, 정현, 최태훈의 작업이 나왔다. 또 중국의 우웨이샨, 왕중, 인샤오펑이 참여했고, 일본의 젊은 작가 오마키 신지와 안테나(그룹)가 참여했다.

김신일 아름답고 선함 170x112.5x260cm. 폴리카보네이트 [사진제공=소마미술관]

문자를 소재로 작업하는 김신일은 이번에도 ‘아름답고 선함’이라는 타이틀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문자 설치작업을 내놓았다. 조각가 성동훈은 열렸다 닫혔다 하는 개폐식 얼굴 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머릿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성동훈 머릿 속으로 235x145x175cm. 시멘트, 철, 스테인리스 스틸, 전기장치
[사진제공=소마미술관]

백남준의 초대형 ‘메가트론’ 작업과 나란히 설치된 강애란의 디지털 북 프로젝트 ‘빛나는 독서’는 인류 역사상 지식의 총아인 책을 모티프로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시대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의 디지털 북은 단순히 오브제로서 물질적 개념 뿐 아니라,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비물질적 정신의 집산물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작가 인샤오펑은 ‘행자’라는 청동조각을 출품했다. 수행 중인 라마고승들을 색을 입힌 7개의 인물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 주위에는 여러 대의 비디오 영사기에서 쏟아지는 영상이 투영돼 신비스런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인샤오펑 행자(行者). 가변설치. 청동 2013 [사진제공=소마미술관]

일본 작가 오마키 신지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천과 송풍기로 전시실에 부드럽게 넘실대는 파도(wave)를 만들었다. 관람자는 천천히 밀려오는 흰 파도 앞에서 신체적ㆍ감각적 어긋남을 체험할 수 있다.

참여작가 중 가장 젊은 연령대인 그룹 안테나는 일본의 전통축제 마츠리(Matsuri)를 아시아로 넓혀 설치미술로 구현했다. 상호간 각종 문제가 산적한 아시아에 눈길을 준 이들은 마츠리축제를 각국의 아이콘과 접목한 것이다. 

강애란 빛나는 독서 300x150x30cm. 플라스틱, LED라이트 2013. [사진제공=소마미술관]

한국작가 최태훈은 운동에너지와 정지된 직선적 사고를 유연한 사고로 바꾸려는 힘을 성찰한 대작 ‘코스믹’(2013)을 내놓았다. 작은 사람 ‘人’자를 일일이 이어붙여 거대한 추상의 조형물을 만든 작가는 우주의 모든 만물은 작은 생각과 작은 생명이 연결되고 축적돼 이뤄진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철공장에서 쓰던 무게 12톤의 검은 파쇄봉을 미술관으로 옮겨와 전시한 정현. [사진제공=소마미술관]

또 정현은 용도 폐기되거나 녹슨 철물을 거칠게 용접해 철물이 품고 있던 에너지를 발산시킨 강렬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내적 에너지와 재료가 내뿜는 에너지가 하나로 만난 작업은 힘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케 한다. 이번에 작가는 포스코 포항 제철공장에서 얼마 전까지 쓰던 거대한 쇠구슬 ‘파쇄봉’도 가져와 미술관 야외공간에 전시했다.

쇠강판을 깨부수는 이 묵직한 쇠구슬은 무게만 12톤에 이른다. 작가는 “쇳물이 펄펄 끓는 제철공장을 몇년째 다니던 중 이 파쇄봉을 접하고 전율이 일었다. 단단한 철판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파쇄봉은 공중에서 무수히 낙하하며 이루 말할 나위 없이 단단해졌다. 그 울퉁불퉁한 표면과 검은 빛깔이 압도적이었다. 한국인이 겪어왔던 시련과 인내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작업에 활용해야지 하고 점찍어왔던 쇠구슬을 어렵사리 구해와 조금 손을 본다음 소개하게 됐다”고 했다. 일종의 ‘발견의 미술’인 셈이다.

‘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전의 총출품작은 29점. 전시는 9월 22일까지. 월요일 휴관.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02)425-1077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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