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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동미> 대한민국역사博 첫 특별전 유감
지난해 말 서울 광화문 옛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자리에 세워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첫 특별전(7.23~9.1)을 연다. 개관 당시 현대사 ‘미화 논란’으로 시끌벅적했던 탓인지,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도 꽤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공개에 앞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물관 측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우리가 지켜온 자유와 평화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전시 어디에서도 그런 기획 의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 순서대로 구성된 3개의 코너에서 120여점의 사진과 60여점의 영상물을 둘러보는 동안, 솔직히 그 ‘어떤’ 의도도 찾을 수 없었다. 자료는 휴전 이후의 60년을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그마저도 도표와 연대기 나열식으로 구성해, 전혀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한마디로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다. 아주 오래된 역사 교과서의 한 면을 주욱 뜯어 펼쳐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전시는 야외에 별도로 설치된 ‘팝업 박물관’에서 시작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TV가 정전직전의 전선(戰線) 변화를 보여주고, 6ㆍ25 전개과정이 순서대로 벽면에 펼쳐지지만 기초적이고 교과서적인 내용뿐이었다. 유엔기록보존소와 이승만연구원 등에서 취합한 사진들로 꾸려진 ‘전쟁 속 아픔의 기록’은 더 가관이다. 타임지를 파는 피란민 소년의 모습이나 어린 동생을 업은 소녀의 모습 등 단 4개의 사진을 걸어두고, 전쟁 당시 민초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시늉’을 한다.

팝업 박물관 밖 ‘역사마당’도 제목만 거창하다. ‘대립과 평화의 노력’을 주제로 한 역사마당에서는 연평해전ㆍ천안함 사건, 이산가족 상봉, 남북정상회담의 사진이 순서대로 이어지지만 어떤 의미나 남북관계에의 영향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관람객을 배려하지 않은 동선과 시설도 문제다. 6ㆍ25 다큐멘터리 등 동영상을 보기 위해선 박물관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야외 계단 위에 임시로 벽을 두른 상영실은 덥고 갑갑했다. 25~50여분 계단위 에 마련된 나무판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봐야 한다.

이해와 철학이 부재된 이번 전시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에서도 빠진 한국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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