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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의 순수한 목가적 소리…실력 쌓일수록 느낌 달라져”
리코더리스트 권민석
25일 신문로 금호아트홀서 연주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리코더에 관한 단상 하나쯤은 갖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리코더는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같은 타악기와 함께 책상 서랍 속을 아무렇게나 뒹굴다 세월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하곤 했다. 리코더 전문 연주자 권민석(28·사진)은 초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리코더 이중주로 불던 동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떠올렸다. “곧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말에 교과서 곡들도 다 불어보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이음악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했는데 보기 좋게 예선에서 탈락했죠.”

국내에 리코더리스트로 활동하는 연주자는 15명 정도로 꼽힌다. 권민석은 스위스 바젤과 함께 유럽 고음악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가다. 그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3학년 재학 중에 고음악연주자 프란스 브뤼헨이 교수로 있는 헤이그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 학교를 졸업한 직후 고음악단 ‘콩코르디 무지치’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권민석은 “영화 ‘주라기공원’에서 호박벌 화석에서 DNA를 뽑아 공룡을 재현하듯, 옛날 바로크 시대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오늘날 플루트 자리에 있던 리코더를 옛것 그대로 복원해 원전연주를 하는 고음악 붐이 유럽에선 50~60년대부터 일었고, 최근 한국에서도 고음악 애호가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리코더의 매력에 대해 “숨을 불어넣으면 바로 나오는 단순성에 있다. 오보에는 비음이 섞이고 바이올린은 화려한 현악인데, 리코더는 소리가 중립적이다. 나무의 순수한 소리가 목가적인 느낌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리코더를 연주한 지 15년이 됐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루에 많게는 8시간 연습하는데 실력이 계속 좋아지는 게 보인다. 호흡, 운지,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 등 테크닉 면에서 연주자가 제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악기다”고 덧붙였다.

권민석은 오는 25일 오후 8시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트홀에서 리코더 하나로 300년 전 바로크 음악의 목가적인 숨결을 되살려 펼쳐 보인다. ‘콩코르디 무지치’의 멤버 크리스티안 구티에레즈(38)가 함께 내한해 고음악기 류트를 협연해 따뜻한 선율을 들려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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